Page 176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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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한 달 간에 촬영 여행
2003년 5월 3일 사진에 미친 두 사나이 호영과 길환은 콧노래를 부르고 15인승 봉고차에 몸을 싣고 대전을 떠났다. 한 달 동안 봉고
차에서 먹고 자면서 촬영할 예정이다. 촬영 계획은 하동에서 평사리 부부송과 자운영을 촬영하고, 제주도에서 한라산 윗세오름 진달
래와 철쭉 그리고 일출과 제주도를 돌면서 촬영할 예정이다.
하동에 도착했을 때는 봄비가 차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잠시 비가 멈춘 시간을 틈타서 자운영과 부부송을
촬영하고, 목포에 도착하여 배에 차를 싣고 나니 긴장이 풀린다. 전날 밤 어릴 때 소풍을 떠나는 기분으로 밤잠을 설쳐서 그런지 잠에
서 깨어보니 제주도에 도착해 있었다.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돗물이 나오고 화장실이 있는 곳이어야 했다. 그래서 제1차 캠프는 서귀포 성산일출봉 공동 화
장실 옆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베이스 캠프장으로 삼았다. 우리는 며칠간 촬영 포인트와 시간대를 체크하면서 일정을 짜보았다. 그
러나 사람 뜻대로 되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제주에는 바람과 여자와 돌이 많다는 말이 있어도 그렇게 매일 아침 일기가 좋지 않을 줄은 몰랐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미역을 채취
하여 데쳐 먹기도 했고, 조개를 캐어 요리도 해 먹었으며, 때론 낚시로 잡아 올린 고기로 회를 쳐 먹기도 했다. 정말 그때 한 달 동안
제주에서의 생활은 행복하고 좋아서 잊히지 않는다.
사진 촬영은 한 달 동안 한라산 윗세오름에 진달래꽃과 철쭉꽃을 촬영하기 위하여 5회를 등정했고, 제주 전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러나 일출 사진 중 오메가 사진 촬영은 날씨가 단 이틀밖에 도와주지 않았다. 오메가 사진을 찍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게 되었고, 그 후부터 다른 사람의 사진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
사진은 나에게 행복의 에너지이다.
2003년 6월 6일
사진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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