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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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사진에 미친 자
내년이면 고희(古稀)를 맞이하는 지금 지난날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 때는 일에 미쳐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운동과 사진에 미쳐서
다니던 때가 있었다.
사진에서 순수예술사진 중 한 장르인 풍경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 다른 장르의 사진을 촬영하는 것보다는 내 마음은 늘 평온하고 아
늑하며 긴장감을 풀 수 있는 자연과 대하는 것이 좋았다. 그것은 건설 현장에서 매일 대하는 딱딱한 철근 콘크리트 벽과 사업을 경영
하는 책임자로서 책임과 긴장의 연속에서 탈출하고 싶은 일탈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얼마 동안은 혼자서 열심히 포인트를 찾아 사진
을 촬영하고 다녔다. 그러나 열심만 있다고 해서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이 인터넷만 뒤지면 모든 포인트 위치와 데이터가 나올 때도 아니고 해서 포인트를 잘 아는 고수에게 부탁해서 하루 일당
을 주고 내 승용차로 모시고 다니면서 모텔과 찜질방에서 때론 텐트에서 숙박을 하고 식사와 음식을 대접하면서 어렵게 배웠다. 그 당
시 사진에 미쳐 있을 때인데 한 번 촬영을 나가면 며칠간 촬영하고 돌아오는데 기백만 원은 족히 지출이 되었다고 기억된다. 욕심 같
아서는 촬영 포인트를 많이 좀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이틀에 한 포인트 이상은 알려 주지 않는다. 얼마나 야속한지 모른다.
선생님한테 포인트 장소를 알고 나면 그냥 기다릴 수가 없다. 촬영 시간대와 일기예보 날씨를 따져보고 다시 촬영을 가는데, 단번에
되는 사진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진은 날씨와 시간대 빛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몇 번을 가서야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완성할 수 있
었고 어떤 사진은 몇 년이 걸려서 완성하는 작품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사진에 집착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재미있고 좋아서 했겠지만 좋게 말하면 프로 정신이 투철한 것이고, 나
쁘게 말하면 집착과 근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지금 사진집을 만들면서 생각하니 풍경사진에 미쳐서 다닌 20여 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잘했지만 뿌린 돈과
장비와 시간을 환산하면 웬만한 아파트는 살 가격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마음껏 즐기고 행복하고 기뻐했고 스트레스 날려 보
내고 그 결과 건강했으니 돈으로 살 수 있겠는가 후회는 없다. 다만 아내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든다. 여보 남은 인생은 잘하면서 살아
갈게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2021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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