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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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첫눈



                                                      온 세상이 흰 보자기를 씌워 놓은 듯하다.
                                                      흰 눈 사이로 소나무와 주목과 사철나무 잎이 푸르른 미소를 띠고 있다.



                                                      앞 집 강아지는 눈 속을 누비면서 마냥 즐거워 꼬리를 흔들고
                                                      마당 한 곁에 물레방아는 아는 듯 모르는 듯 돌아가고 있는데



                                                      추위에 웅크리고 피어있는 장미 한 송이가
                                                      수줍은 듯 미소를 띠고 있다.


                                                      온 누리에 적막이 흐르는데

                                                      추녀에 달아 놓은 풍경 소리가 심금을 울리는구나.


                                                      뒤뜰 감나무에 앉은 까치 떼는
                                                      시종일관 홍시를 쪼아대고



                                                      볏짚으로 묶어 놓은 월동용 장미 밭에 참새 떼가 날아들며
                                                      저만치 밭에는 고라니가 뛰어다니네.



                                                      여보시오, 앞집 아우님 윗집 형님이여!
                                                      우리는 장작불에 고구마나 구워 먹세.





                                                                                                      2015년 12월 4일
                                                                                                      첫눈이 오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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