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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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가지치기를 보면서




                                       외출했다 돌아오니 목련아파트 주차장을 막아 놓고 인부들이 크레인 탑차에 올라가서 아파트 정원에 있는 나무
                                     를 자르고 있고, 잘려진 나무와 가지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다복했던 나무들이 앙상한 모양으로 서 있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아팠다. 아파트 관리소 책임자를 만나 나무를
                                     너무 많이 자르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를 했지만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결정되어 자른다고 한다. 나무가 너

                                     무 크고 오래되었고, 아파트 벽에 나무가 가까이 붙어있는 일이층 주민은 나무를 절단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한다
                                     고 한다.



                                       나무를 자르는데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을까? 나 자신의 마음을 깊이 돌아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무 가지가
                                     잘린 것을 보며 나 자신이 잘린 모습으로 보인 것이 아닐까? 옛것과 새것의 갈림길에서 옛것을 버려야 하는데 버
                                     리지 못하는 자신이 저와 같이 과감히 잘라 버려야 하는 것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보는 것 같아 화가 나는 것일
                                     까 아니면 저 나뭇가지들과 같이 잘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



                                       옛것의 굴레에서 빠져나와야 사는 것이고 마음 공부가 빨라질 수 있는데 그러면 죽을 것 같은 것이기에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수가 죽은 다음에 부활이 있다는 진리를 말하건만 지식으로는 알면서도 삶에서는 죽는 것이 두렵다. 봄이 되
                                     면 잘린 나무에서 새순이 나고 새 가지가 움트겠지 죽음이 빨리 와야 한다. 그러면 영혼의 부활이 되겠지.




                                                                                                                      2009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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