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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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공릉능선 운해




                 대형 태풍이 불어온다는 뉴스를 듣고 카메라 장비와 먹을 음식물을 준비하여 설악산 소
               청산장을 향하여 떠났다. 23kg의 카메라 가방 무게지만 기대와 희망을 안고 올라가기 때
               문인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은 꿈이 있으면 인내하는 힘과 용기가 나는 법이다.
               대구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몇몇 진사들이 있었다. 8년간 매년마다 공릉능선 운해 사진을

               찍으려고 왔지만 금년도 못 찍고 태풍이 온다니 하산하겠다고 짐을 챙긴다.


                 이틀 동안 비바람과 천둥번개로 소청산장 밖을 나가지도 못했는데, 3일째 되는 날 새벽
               별이 총총하여 장비를 메고 단숨에 신선대에 올랐다.



                 아~ 운해다. 발밑까지 오른 운해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신비로울 수가 있을까 감
               격하며 잠시 황홀경을 느껴본다. 일주일을 산장에 있으면서,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와도
               같은 감개무량한 장면을 나는 세 번이나 보며 무아(無我)지경에 빠졌다.



                 내 평생 이런 광경을 더 볼 날이 있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하행 길 발길은 홍길동 축지법
               을 쓰는 것 같이 날아서 현상소로 달려간다. 사람은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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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청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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