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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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무아지경
저녁부터 소낙비가 내리더니 새벽의 밤하늘은 초롱초롱
별들이 춤을 추고 있다. 어쩐지 좋은 느낌이 든다.
간밤 잠자리는 옆 사람의 코 고는 소리에 선잠을 잤지만
산장을 떠나 새벽바람을 가르고 오르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오늘은 어떠한 풍광으로 나를 맞이할 것인가
기대와 설레는 마음이 힘을 돋게 한다.
아∼ 산에 올랐건만 산봉우리는 간데없고
무아지경 환상 속에 빠져든다.
우주의 대자연은 나를 위해 춤을 추고
감미로운 빛과 운해들이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구나!
이처럼 행복한 순간들의 만남이
자꾸 나로 하여금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2006년 여름 설악산에서
• 소청산장에서 일주일간 지내면서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苦盡甘來)
• 나는 그날 원 없이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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