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샘가 2022년 1-2월
P. 50

눈이 오면

               눈이 오면
               땅에 그어진
               슬픈 경계선도 하얘지고

               지난해
               기쁨을 주었던
               수박밭도

               장마로
               슬픔을 주었던
               고추밭도 하얘집니다.

               하늘에                          차이가
               살다 온                         만드는 소리 듣지 않고
               눈이 땅에 내리면
                                            계속 눈이 내리면
               헐벗은                          버티며
               참나무가                         하얀 눈 가르며
               서 있는 산도
                                            흐르는 개울물도
               푸른                           사람 따라 다른
               소나무가                         지나온 발자국도
               서 있는 산도 하얘집니다.
                                            흔적 없이 하얘집니다.

                                            그러다 하늘에 살다 온
                                            눈이 눈을 감으면
                                            땅은 자기 색으로 경계를
                                            만듭니다.


                                            김필곤 목사(열린교회담임, 기독시인)








          48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