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전시가이드 2024년 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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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마감-매월15일 E -mail :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봄의 향연(A Feast of Spring), 24.2x33.4cm, Oil on Canvas, 2024
다. 한숨을 지으며 기약 없는 작업을 하면서 그나마 가장 만족스러운 화면이 게 하는 것이리라.
만들어질 때, 그동안의 힘들었던 것의 보상을 받는 느낌은 오롯이 작가 자신
의 주관적인 감정인 것인가? 바로 이런 감정이 또 힘든 작업을 다시 할 수 있 약간 쌀쌀함이 느껴진다. 얼마 전만 해도 그렇게 덥더니. 화면에 붓으로 물감
도록 만드는 것 같다. 을 얹다가, 불현듯 지나간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귀뚜라미 소리가 풀
벌레 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철 지난 바닷가의 파도 소리와, 비릿한 바닷냄새
지치고 힘들 때 꺼내 읽었던 작가 노트의 문구가 한여름의 시원한 청량제가 가 느껴진다. 바닷바람이 차가워, 문을 열고 들어간 바닷가 횟집의 따뜻한 실
되어 다시 화면 앞으로 가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내가 그립다. 후덕한 좋은 인상의 아주머니가 덤으로 주는 멍게의 향이 입안
가득히 퍼진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멈추어 따뜻한 캔 커피를 마시며, 멀
“늘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화면은 변덕을 많이 부린다. 조금 전까 리 보이는 자그마한 농가의 저녁 짓는 굴뚝의 연기가 눈에 아른거린다. 쓸쓸
지는 괜찮은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채도나 색상이 은근슬쩍 변해있다. 전체 한 국도의 코스모스가 눈에 밟히고, 땅거미 내리는 저녁, 석양이 마음속을 붉
적인 마티에르나 덩어리의 윤곽도 다른 느낌이 되어 나를 비웃고 있다. 보기 은색으로 가득 채운다. 바람이 몰아치는 도로변에 뒹구는 낙엽이. 지독히도
싫어 나이프로 벅벅 문지른다. 나를 비웃고 있던 형상은 사라져가는 자기 모 가을을 앓는 마음속에 투영됨은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더라도, 그리운 빛, 내
습이 견디기 힘든 듯, 고통스럽게 찡그리고 비틀린다. 나는 나이프로 그 녀석 음, 소리. 눈감고 살며시 기댄 어깨의 작은 흔들림을 느끼며 듣던 그대의 노래
의 최후 순간까지 짓이긴 뒤,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 는 어김없이 다가올 깊은 사색의 계절을 위한 작은 전주곡이었나보다. 작가
고, 다시 화면을 쌓아간다. 기분 좋게 다른 녀석이 하나 만들어지고 있다. 느 의 감성은 화면 속에 녹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느끼고
낌이 또 괜찮다. 저 녀석은 중간에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조 웃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다.
심스럽게 녀석과 타협하면서 쌓아간다. 허물어지지 않도록. 아직은 맘에 든 - 어느 가을 문턱에서 -
다. 필시, 화면이 변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변덕이 나를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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