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권숙자 개인전 2025. 10. 1 – 11. 15 권숙자안젤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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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象的 풍경의 理想境




                                                                                              미술평론가  김 인 환







              그것은 [선택된 길]이었다.
              화가 權叔子가 걷는 길, 걸어가야 할 길.

              모든 화가들의 예술적 눈열림(開眼)이 그러하듯이 이 화가의 작품세계도 일상적 주변의 사물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 듯 보
              여진다. 거기서 한걸을 더 나아가 [자연]이라고 하는 보다 더 크고 넓은 광활한 세계로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그 소재적 영역에
              대한 눈뜨임은 아주 우연한 기회의 작은 체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학창시절 여름방학에 낙동강섶의 어느 마을언덕에서 마
              주친 정경, - [소나무 위에 하얗게 눈쌓인 광경]이라 할까 [목이 긴 하얀 새의 무리]에 시선이 끌리면서부터이다.


              그 정경을 그는 마음의 시(詩)로서도 읊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화폭에 옮기는 일에서 정녕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선택된 길 - 회화영역에 화가는 모든 집념을 쏟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서 내밀하게 분출되는 문학성을 어느정도 가라앉히고 보
              다 탄력있는 회화작업 가운데로 기민하게 에너지를 축적시켜 간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작품들은 화가가 글로서 피력했듯이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될 때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고고(孤高)와 평안]이기를 바란다.


              [나의 화폭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비애의 늪을 떠날 수 있는 그 어떤 곳, 평화라는 들판을 찾아 나르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화가는 자연을 단지 은밀히 관조하며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거기서 당장으로는 보이지 않는
              가치나 의미를 찾으며, 구원의 존재로서의 자연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보려는 마음가짐이 있다. 실제로 번잡한 도시환경을 떠나 [
              새로운 사고의 산실(産室)을 얻기 위해] 전원마을로 거처를 옮겼을 만큼  자연에 침탐해 들어가려는 염원이 가슴밑바닥에 침전
              되어 있어 작품의 울림으로 솟아오른다.


              연전(84년도)에 발표한 작품전을 통하여 이 화가의 출범 초기의 작품세계를 가늠할 수 있다.


              전통기물을 소재로 한 극세(極細)한 묘사적인 작품에서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화가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화가는 어
              느새 그와같은 묘사성을 지양하고 강직한 윤곽선으로 형태를 테두리한 축약적인 화면의 풍경화와 정물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여전히 자연적인 대상소재와 가시적인 기물 등에 주제가 모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의도적으로 변모를 시도한 흔적이 뚜렷하다.


              그리고 5,6년 사이의 변화추세는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는 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단계에서 그와같은 파격적인 변모요
              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기존의 양식에서 그것을 벗어나 변신한다는 것, 거기에는 확고한 작품적 소신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자기부정]의 체계적인 논리의 입각점이 거기 얹혀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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