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권숙자 개인전 2025. 10. 1 – 11. 15 권숙자안젤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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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늘 색다른 희망을 향하여 자신의 몸에 자유와 희망과 꿈이라는 문신을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 틈에
                 서 생명의 신비와 숭고함을 공유하게 된다. 작업을 하는 동안 철저히 혼자이면서도 작업 속에서 많은 사람을 안을 수 있게 되고,
                 그 사람들 무리에서 나는 유희하고 자유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노트)


                 이처럼 사람들 사이의 현실에서 비롯된 자유함의 선상에 있는 작가의 회화성은 내면의 심성과 상상력 그리고 문학성의 개입
                 을 통해 더욱 아름답게 조형화되었다. 이는 상징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적 반성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새로운 미적 경험이 된다. 사람들에 의해 얻어진 회화성은 단지 사유의 과정에 종속되어 사유의 과정을 풍요롭게 만들
                 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유 자체와 동등한 속성을 가질 수 있는 예술적인 것으로 변모된 것이다. 회화적 감각을, 단지 묘사적인
                 행위의 차원이 아닌, 문학적 의식과 내용이 흐르는 개념의 작용 안에서 타자적(他者的)으로 형상화한 것이 작품의 독창적 성향
                 인 것이다.

                 이처럼 권숙자의 작품 세계는 대상과 작가의 관계로 이루어진 미적 현상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라는 대상과 문학성 그리고 생
                 명과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복합적인 관계로 독특하게 함축되어 있다. 여기에 기존의 평면 작업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부조식
                 의 기법과 주방에서 사용하는 도마 등이 하나의 오브제로서 조형적인 매개체로 새롭게 설정되어 새로운 관계 설정에서 비롯된
                 회화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작가가 자연이나 어떤 대상에 대하여 보고 느꼈던 내면의 감흥과 문학적 감
                 흥이라는 매개를 통해 새롭게 조형화한 것이다. 특히 해, 달, 사슴, 별, 시냇가, 물고기, 여성과 남성 등 대상의 외적 형태(figure)
                 를 통해 자신이 보았던 현상을 미적 상상력에 의해 가상적이면서도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로 표현해 내려는 작가의 시도는 매우
                 적극적이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기존의 추상적 작품이나 자연주의적 작품들과는 심도가 다른
                 상징성과 은유성 및 문학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이 상징적이면서도 은유적이고 문학적인 것은 대상의 형태를 자신의
                 문학적 감성에 의해 내면에서 종합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로 재창조하는 방향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며, 기존의 예술표현의
                 관점과는 다른 시각에서 전개된 독창성과 예술성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텍스트적 사유가 아니라, 총체적인 삶에서 비롯된 사람과 자연의 상황이 다차원적으로 포용되어
                 새롭게 상상될 수 있는 은유적·상징적·문학적 이미지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예술성과 심미성이 자연스럽
                 게 표출된 경우이다. 이는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사유되는 관조적(觀照的) 영역으로서, 조형적인 감각 예술보다 한 차원 더 우
                 월한 예술 작품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권숙자는 40여 년을 자연과 사람에서 비롯된 생명에 대하여 조형적인 면에서 다각도로 사색해 왔으며, 크고 작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도 일관된 조형성을 견지해오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작가이다. 그는 자연과 사람의 본질과 본성을 진지하게 사
                 색하고 본질에 접근하면서 흔들림 없이 예술성 높은 작품을 전개시켜 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될 만하며, 성실성, 열정, 작가적
                 자신감, 작품성 등에서 기대되는,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중진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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