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권숙자 개인전 2025. 10. 1 – 11. 15 권숙자안젤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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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Present


              안젤리 성城 이야기



              아침에 눈뜨면 기도처럼 작업실로 향하게 된다.
              <내 영혼의 방>이라 부르는 공간은 누구의 손길이나 시선이 옮겨짐을 허락하지 않게 된다.
              그곳은 오직 나만의 공간이다.
              휴지 한 장조차, 낙서 한 점이라도 하루를 건져 내는 소중한 물고기와 같다고 여긴다.
              그 공간에서의 놀이는 행복한 휴식이 되기도, 천형天刑 을 느끼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눈물 속에 피는 꽃처럼 지금의 안젤리 성城이 이루어졌고, 나는 그 안에서 느끼는 것들을 화폭에 담아
              이번 전시를 <안젤리 성城 이야기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결정했다.

              과거와 현재의 다리를 건너면서 지금이 있기까지 그림 그리는 딸을 무조건 사랑하고 응원해 주셨던
              부모님, 아내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이 땅에 커다란 보석을 남겨 준 남편, 시력을 잃어가던 내게
              “내 눈을 줄까?” 하던 새언니,그가 떠나고 미완의 안젤리 성城 건축 잔해에서 좌절로 일어설 수 없을 때.
              용기와 격려를 주던 남편 절친인 성악가 박세원 교수, 삶과 죽음의 기로岐路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때
              생명의 은인이었던 이건오 의학박사, 기념 때면 자리 채워주던 형부.


              곁을 지켜주던 나의 편들이 등 돌려 사신死神의 옷자락을 따라 나섰으니,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만 응원을 아끼지
              않던 지순한 사람들이 없는 세상은 눈길을 맨발로 걷는 시림이고, 짙은 그리움이 뼛속 깊이 파고 들곤 한다.

              애통함으로 이어진 심연에서 흐르는 허무의 강물과 애환의 강물, 그리고 짙은 그리움의 강물이 휘섞여 흐르며,
              화폭은 비애를 비껴가는 소통이나 위안의 색깔들로 스며든다. 하기에 “그림이 무엇이냐”
              물으면, “구원이다.” 말하게 된다.


              삶의 파도나 비바람이 평화가 될 때까지~

              모차르트가 자신이 추구했던 현실의 불행을 음악 세계에서는 평화나 즐거움으로 표현하였듯이,
              그리는 행위를 통해 두려움을 안정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좌절을 희망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나는~


              이번에 하는 <안젤리 성城 이야기>는 안젤리 성城 주변의 아름답고 그립고 애달픈 애환들을 화폭에 옮겼다.
              안젤리 성城은 호수 주변으로 둘레길이 있고, 숲과 나무가 많아 새들의 노래가 끊임없이 들리는 곳이다.
              안젤리 성城의 역사와 전통이 10년이 되었고, 그 역사 속에서 나의 작품 세계는 안젤리 성城에서 자라고
              숨 쉬는 모든 생명체들과 어우러지며 나 또한 숨 쉬게 된다.

              이 정원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선남선녀善男善女의 풍경은 아담과 이브가 되고, 이 세상에서 움직이는
              사람과 동물들은 내 화폭에 고스란히 식구나 가족이나 추억의 기념비가 되어 화폭에 정좌하고 있다.
              안젤리 성城 주변에 다시 도시가 생기면 변화되어 갈 화폭!


              지금 이 순간이 안젤리 성城의 역사와 전통이며, 더불어 기록이기도 하다.
              이것은 곧 나의 역사이자 기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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