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이원태 초대전 2023. 3. 29 – 4. 15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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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 Layers  100x100cm  Oil on canvas  2021-007

       작가노트


       어느 날 제 몸에서 떨어져 나간 굳은살을 손에 들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힘이 들어 떨어져 나간 것일까? 힘이 들
       어 떨어져 나가면서도 나를 보호해 주기 위해 외부의 자극과 경험들을 맨 앞에 서서 버티며 혼신의 힘을 다했을 굳은 껍질
       덩어리... 원래부터 맨 바깥쪽에 있었던 녀석이 아니었을 텐데, 나와 시간을 보내며 모든 추억들을  하나하나의 세포에 간직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밖으로, 밖으로 밀려났을 나의 외피들... 그들이 밖으로 밀려나면서도 모든 외부의 자극을 몸으로
       막아내며 스스로 더욱 더 딱딱한 보호막을 형성했을 것입니다. 이제 소명을 다한 듯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 다시 땅으로 돌
       아갈 것이고 그 양분은 다시 자연의 시간을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굳은살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모양이 여러 겹의 층을 이루고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소나무의 껍질과 매우 유사해 보였습
       니다. 모습뿐만 아니라 담고 있는 의미도 같게 느껴졌습니다. 소나무 껍질도 여러 겹을 이루는 동안 바람과 비를 맞으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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