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P. 62
미리보는 전시
Love Rain 162.2×130.3cm Acrylic on canvas 2013
2023. 6. 1 – 6. 30 아트불갤러리 청담(T.02-540-4890, 청담역 9번출구 앞)
세계적인 아티스트 문명의 기원
여기에 미술가는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 기록해온 주심(柱心)의 공포(栱包),
엄태림 초대전 목어(木魚), 벽화뿐만 아니라 유럽 각지의 고성과 성당에서 채록해온 장식문
양과 도상을 재구성한 이미지들로 풀어 놓는다. 이들은 그의 계획에 따라 드
로잉으로 또는 컴퓨터를 활용한 설계(CAD)로 분해되거나 재구성된 것들이
글 : 이희영(미술평론가) 다. 종교시절의 표면을 장식하는 이미지는 그것이 위치한 지역의 전통 뿐만
아니라 신을 대면한 인간의 조건과 그 문명권의 기원에 관한 단서를 품기 마
련이다. 엄태림은 바로 이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캐내
나고 자라고 영속하는 회화 엄태림의 문명 관찰법 려 한 것 같다.
엄태림의 새 연작은 종이와 같은 엷은 토대에 이미지를 올리던 것에서 프레스
코(fresco)의 채용으로 두께의 물리적 특성이 강화된 토대에 이미지를 올리 드로잉과 캐드 작업 통해 가공된 개별형태들은 옛 풍수지리 서적에 실린 지
는 것으로 옮아갔다. 비로소 그의 회화는 망막에 맺힌 사건에 관한 찰나에 머 도의 가옥과 강산의 배치나 사찰의 종을 상하로 전개되는 상승감 있는 구성
물지 않고 건축의 부분으로서 존재하는 벽처럼 굳건한 영역에 고착되는 길을 또는 변상도(變相圖)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배경의 구도를 차용한 구조 위에
갖게 되었다. 건축의 벽은 사람이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한 그 표면에 새겨 배열된다. 이들 구성물들은 창세신화(創世神話)에 등장할 법한 영웅이나 아
진 그림을 영구히 보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담과 이브 혹은 복희와 여화와 같은 최초의 인간의 활약을 설명하는 서사에
60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