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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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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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10-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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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보도
                                                                     자료는
                                                                          cr






























                     비천여인  56×26cm  Fresco  2011       유희  56×26cm  Fresco  2011  A Paradise –14  80X40cm  Fresco  2012






            활용된다. 간혹 버전(version)에 따라 이들 영웅은 미술가의 청년 시절 그를   인온(絪縕)과 일물양체(一物兩體)
            사로잡은 대중가수나 운동선수로 대체되기도 한다. 몇몇 버전에는 최초의 인        하늘의 기운이 땅에 반응하고 그 사이에 온갖 것들이 서로 뽐내며 부딪히는
            간들이 성징(性徵)으로 강조되거나 서로 뒤엉킨다. 한편 이들을 꾸미는 개        엄태림의 회화가 걸린 화랑 공간은 활기찬 조짐으로 가득하다. 1447년 신숙
            별요소들로 현대의 교통표지판, 이모티콘, 문자, 기호와 부호까지 동원된다.       주(申叔舟)는 「동국정운」의 서문에서 바로 이러한 조짐과 그 기운으로 소리가
                                                            생겨나고 스스로 음이 갖추어진다고 했다. 이황(李滉)은 “계당우흥십절(溪堂
            이 모든 것들은 엄태림의 대부분 회화에서 화면 전체에 걸쳐 대칭 구조에 자       偶興十絶)”이라는 시가집에서 때맞추어 오는 비가 봄의 이러한 조짐과 기운
            리하고 몇몇 개별요소들은 반복에 따른 패턴을 띤다. 대칭과 반복은 통상적        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으로 회화에서 변화를 차단한다고들 한다. 극단적인 추상회화나 미니멀 미술
            (Minimal Art)에서 이를 채택함으로써 변화가 야기하는 연상을 걷어내고 시   엄태림이 채택한 프레스코는 몇몇의 다른 색의 층위로 제작된다. 맨 위 층
            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는 현대미술의 전개에서 회화가 하나의 물        을 긁어 그 아래의 색이 배어나게 해서 선과 형태를 이끌어 내거나 긁은 자
            건과 동일한 시각적 가치를 띠려는 노력에서 생겨났다. 거대한 신전, 고대 이      리에 다른 색을 메워 선과 형태를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철판을 뚫거나 도
            집트의 피라미드 등에서 보듯이 대칭의 형태는 그 자체 근접할 수 없는 권위       려내어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미술가가 추상회화를 벗어날 때 주목하
            와 규모를 띤다.                                       게 된 분청사기의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을 관찰하고 그 제작방식을 참고 한
                                                            것에 유래한다.
            엄태림 회화는 이러한 대칭의 속성으로 서사의 장대한 규모를 드러낸다. 그
            속에 몇몇 반복되는 패턴들의 변화를 통해 일정한 음향을 들려주는 듯하다.        그는 마음에 품은 것마저 회화의 공정에 내어 주고 자신과 회화가 부딪히는
            이는 음의 모듈을 반복하는 바로크 음악과 유사해 보이게 한다. 그와 함께 개      접점을 확대해온 것 같다. 경험의 가능성과 이 접점의 확대는 곧 기회와 여유
            별요소 각각이 강중약의 배분 없이 죄다 부호나 상징물과 같은 독립성을 유        를 말한다. 그래서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천지간의 사건은 항상 유쾌하다. 하
            지하는 동등한 자격으로 한꺼번에 한 화면에 부어져 있기에 그의 화면은 음        늘과 땅 그리고 심지어 지옥의 일까지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것이 여전히 심
            향으로 가득해 보인다. 대규모의 스토리가 음악에 실린 장면, 이것은 엄태림       각한 것은 미술가가 마음에 품은 것을 벽화의 표면에 그대로 가져가려 했기
            의 회화가 도달하려한 실험의 목표로 비친다.                        때문이다. 그에 비해 엄태림의 회화는 항상 해 맑고 봄 같은 기운 속에 여유로
                                                            운 기회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유머레스크마저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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