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샘가 2024. 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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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순의 말


               겨우내
               문 한 번
               열어 주지 않은 땅에서도

               굳은
               껍질로
               성을 쌓았던 나무에서도


               봄이 되면
               새순이 나와
               겨울이 끝이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기억하는 이
               기다리는 이
               하나 없어도


               찬바람
               떠나지 않고
                                            정든 새들도 떠나
               계절이 치매 걸린 듯하여도
                                            마른 가지만 남은
                                            야산에서도
               때가 차고
               새봄이 오면
                                            계산 없이 먹인
               새순은 겨울이 끝이 아니라고
                                            들짐승도 사라진
               말해줍니다.
                                            의리 없는 들녘에서도
                                            꽃보다
                                            먼저 그곳에 새순은 나와
                                            겨울이 끝이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 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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