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샘가 2024.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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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가로 향하는 이들에게
오늘도 말씀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어린이 집 교사의 글이 장안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학부
모와의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고충을 토로한 내용입니다.
예컨대, 어린이집의 가정통신문에 “우천 시 **로 장소 변경”이라 공지하면 몇몇
학부모에게 전화가 온다고 합니다. “우천시에 있는 **로 장소가 변경되는 것이냐?
거기가 어디냐?”라고 질문을 합니다. 해당 교사는 “단어뿐만 아니라, 글의 맥락도
파악을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해도 되지만,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 드
립니다.”라고 공문을 보냈더니, “그래서 해도 되냐, 안되냐”라고 문의한 학부모가
네 명이었다고 합니다. ‘섭취’, ‘급여’, ‘일괄’ 같은 말의 뜻조차 몰라서 연락하는 부
모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학부모의 문해력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
육과 교수는 지난해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해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에 ‘중
식 제공’을 보고 ‘왜 중식을 제공하나, 우리 아이에게는 한식을 제공해 달라’라고
하더라.”라며 항의가 오고, “교과서는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께 반납하세요.”라는
글을 보고 교과서를 구입해서 반납하는 일도 벌어졌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마음
깊이 사과한다는 뜻의 ‘심심한 사과’는 일부 사람들에게 ‘사과하는데 왜 심심하냐?
놀리는 것이냐’는 식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세상입니다.
위와 같은 일은 웃어넘길 수 있는 해프닝일수도 있지만, 문해력의 문제는 일상생
활에 지장을 주는 일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학생들의 학업에도 영향을 줍니
다. 2020년 EBS가 중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해력 테스트에서 전체의
27%가 교과서를 읽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짧은 영상을 위주로 배
움이나 놀이가 진행되는 현 세태의 반영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일이
절실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빈약한 문해력의 문제는 우리의 경건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사람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듯이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소통도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입
니다. 경건생활의 초석은 말씀하시는 하나님과 하신 말씀의 뜻을 헤아려 순종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씀하시는 하나님 앞에 벽창호 같은 사람이 있습니
다. 벽창호는 원래 벽창우(碧昌牛)였습니다. 벽창우란 평안북도의 벽동군과 창성군
의 소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소들은 덩치가 크고 성질이 고약하기로 유
명합니다. 그래서 벽동과 창성 지역의 소처럼 고집이 세고 우둔하여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던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 숭배
를 하던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을 책망하실 때나, 도무지 회개하고 돌아오지 못하
고 결국 멸망하고 말 남 유다의 백성들을 책망하실 때에 하셨던 말씀, “목이 곧은
백성”과 같은 뜻입니다. 자기의 이해득실과 좁디좁은 자기의 문해력에 갇혀 더 선
한 것, 하나님의 더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하던 사람입니다. 영적인 벽창호들이 득세
하던 시대가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대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벽창호 같으니 결
국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참혹하기 그지없는 시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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