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4년 10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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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Arman, Violoncelle,  Wood and bronze with gold patina, Signed and numbered 48, From an edition of 8 + 4 AP, 1999 ⓒADAGP
                                                        (우)곽영이, 첼로CD장, 40 x 70cm, 골판지와 한지 문양 보리 대, 2020 ⓒADAGP

            화적 편견이라는 측면에서 비추어 볼 때, 그나마도 일반 미술 분야의 전시장       보면 여닫이 장이 은밀하게 숨어있다. 바로 이 곳에 BTS의 모든 음악이 수록
            의 경우에는 그나마 관객들의 관심이나 발길을 유혹하는 최소한의 ‘상품성’이       된 CD 콜렉션이 마치 ‘비급’인양 간직되어 있다면, 그 어느 <아미>인들 ‘찐 애
            나 ‘투자 가치’가 강조되어 있는 반면에, 전통 공예 분야는 아예 생활 친환경적    정템’으로 소장하기를 마다하지 않을 듯싶다. 필자는, 만약 이 서로 다른 한국
            인 마케팅 면에서 세련된 마케팅의 절대부족으로 말미암아 벼랑에 몰려 있는        예술인들의 조합이 글로벌미술시장에서 제대로 궁합을 맞출 수만 있다면, 세
            형국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이라는 인재 지변으로       계적인 명성과 최상급의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는 프랑스 출신의 현대미
            인한 ‘현안의 고달픔’에 의해 가려져 아예 일반인들의 관심권에서 점점 더 멀      술 거장 Arman(아르망)의 대표작『Violoncelle(첼로)』과 견주어 보더라도, 결
            어져 가고 있다. 무척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전통 공예분야는 사회 문화적인       코 모자라지 않는 명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시각에서 회화 및 조각 등 ‘순수예술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의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비롯해 더 이상 ‘전통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곽영이 작
            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청년층의 관심부재로 인해 점차적으로 설 곳을 잃어       가는 <서양화> 위주의 회화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반해, 뚝심으로 자신
            가고 있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인근 이웃국가인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에는 국      만의 예술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소위 ‘토종 셩녕바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
            가 차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정책 프로그램’을 통해서 글       구하고, 〔AIAM 갤러리〕의 프로젝트를 통해 필자와 조우한 이후, 단 한번의 해
            로벌 무대에서 인지도의 영역을 확대시켜가는 <정책의 우월성>과 견주어 볼        외무대 공략 만으로도 급기야 본토로부터 소정의 「저작권 료」 소득을 창출함
            때, 원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 전통 공예인들에게 현실 극복의       으로써 프랑스 및 구미 시장을 대상으로 브랜드 수출 전략에 성공한 작가이다.
            도전 의욕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쯤에서, COVID19 팬데믹이 한    특히 필자가 전력을 기울여 공략하는 프랑스는 1921년에 세계 최초로, 작품이
            바탕 지구촌 곳곳을 휩쓸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인들을 ‘하나의 유대       여러 번 옮겨져 누구에게 가 있더라도 작품이 판매될 적마다 매출액의 3%를
            감’으로 묶어주던 ‘한류열풍’의 중심 BTS의 흔적을 반추해 보자. 2022년, 필자  원 작가에게 소급해 돌려주는, 소위〔재판매권(추급권; Resale Rights〕의 특권
            는 파리 도심 한복판에서 방탄소년단, BTS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공연이      을 보장해준 국가이다. 이는, 최근에 정부에서 확정 발표한 〔미술진흥법〕 시행
            펼쳐진 현장을 기억한다. BTS의 그룹 활동 잠정 중단 소식에 팬들이 준비한      령에 의해 마침내 2027년부터 한국 미술시장에서도 적용 보장될 주요사안이
            행사인데도 말이다. 비록 BTS가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프      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미술시장≫ 에서 표출되는 한류에 대
            랑스에서는 BTS 팬클럽 '아미'들의 활동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반증인 셈     한 관심이, 단순히 ‘서브 컬처’ 콘텐츠를 즐기고 한정된 팬덤을 형성하는 데 그
            이다. 물론 BTS의 단체 활동 중단 발표가 전해지면서 프랑스 팬들은 아쉬움에     친다. 만약에 곽영이 작가처럼 국내 작가들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만 있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BTS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      다면, 현 시점에서 문화 정책의 부재와 사회의 제반 분야 중에서도 가장 심각
            인 것이다. 프랑스 BTS 팬클럽 <아미> 회원들은 “BTS 음악을 들어보면 강한   한 ‘인지도부재’의 중증에 걸린 ≪전통공예시장≫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전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노래마다 다른 에너지와 힘을 전해준다. 가사를 들으면       위복의 계기를 마련하는 절호의 기회로 전환되리라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아
            큰 감동을 느껴 가끔 노래를 듣다 울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 여기서 한    무쪼록, 곽영이 작가의 ‘글로벌 저작권시장 연착륙’에 힘입어〔ADAGP 글로벌
            번 이런 상상을 해보자. 곽영이 작가의 대표작 『첼로 CD장』은 일종의 한국적     저작권자〕로 등재된 모든 작가들이 대오 각성해 우리 고유의 ‘문화 포자’를 전
            인 문양을 아로새긴 검정색 악기 형상으로 된 CD 보관함이다. 이 ‘검소하지만     세계로 퍼뜨려 주기를 절실히 소망하면서, 민들레 꽃씨처럼 떨어지는 곳마다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자태의 첼로 뒷면을 슬며시 돌려      ‘새로운 정신’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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