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4년 10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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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나주 다보사 대웅전 전경








        수미단(須彌壇)의 단청                                    해학적이며 익살스럽게 표현하여 문화재적 가치도 높고 예술성도 뛰어나다.
                                                        수미단에 쓰인 이러한 도상이나 기법들은 조선 말기에 들어서면서 민화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수미단에 그려진 귀면은 조형적으로 뛰어나며 색상의 조화가 매우 환상적이
                                                        다. 귀면은 일반적으로 법당의 출입문 하단의 궁창이나 보머리, 화반 등에 그
                                                        려 넣는데 그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무섭다기보다는 너무 익살스러워서 친
        내가 사찰에 가면 단청을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곳은 바로 수미단(須彌壇)      근함 마저 느껴진다. 서양의 교회나 성당의 배수구로 만들어진 가고일(Gar-
        이다. 사찰의 법당 안에는 불상을 모셔 놓은 단이 있는데 이를 흔히 불단(佛      goyle)도 괴기스러운 형태를 하고 악을 막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귀면
        壇)이라고 부르지만 수미단이라고도 한다. 수미단의 수미라는 말은 불교에         이나 키르티무카(Kirttimukha)와 비슷한 점이 있다.
        서 신성하게 여기는 수미산에서 따온 것으로 높이가 무려 약 64만 km인 8      우리나라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귀면이 키르티무카와 매우 비슷한 점이 많아 키
        만 유순(由旬)이나 된다는 상상 속의 산이다. 수미단은 수미산의 모습을 상       르티무카에서 유래되었다고 추정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귀면이 아니고 용
        징하여서 수미단 위에 불상을 모시는 것은 부처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면(龍面), 즉 용의 얼굴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에 있으며 존귀하다는 것을 뜻한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카일라스(Kailas) 산    키르티무카란 인도의 고대 신화에 나오는 시바(Shiva) 신의 무서운 모습을 표
        을 수미산으로 믿는데, 티베트 남서부 마나사로와르호 북쪽에 있는 산으로 높       현한 형상이라 하며 산스크리트어로 키르티(kirtti)는 영광, 무카(mukha)는
        이는 6,714m이다. 카일라스란 산스크리트어로 수정(水晶)을 의미하는데, 불     얼굴을 뜻하는 합성어로 ‘영광의 얼굴’을 의미한다. 키르티무카가 불교에 수용
        교 특히 티베트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나 자이나교에서도 성지로 여기는 신        되며 사찰의 수호신으로서 항상 눈을 부릅뜨고 사악한 무리들을 물리친다고
        성한 산이다.                                         하여 사찰을 수호하는 벽사(辟邪)의 상징이 되었다.

        수미단의 형태는 대개가 장방형이지만 간혹 육각형이나 팔각형도 있다. 수미        3년 전 나주 다보사에 갔었을 때 대웅전의 수미단을 상기해보면 매우 아름다
        단의 구조는 상대, 중대, 하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 중대가 예술로서      웠다고 기억된다. 중대 상단에는 매화로 3칸, 연꽃으로 3칸을 장식하고 있는
        의 단청이 표현되어 있어서 가장 볼만하다. 중대는 상중하 3단으로 이루어져       데 청판에 음각된 직사각형의 구획을 정하고 그 안에 매화와 연꽃을 새기면서
        있으며, 각 단의 청판에는 수미산을 상징하는 것들을 그리거나 부조로 새기고       빈 공간을 투각으로 따냈다. 수미단에서는 보기 드문 매화를 조각하였는데 아
        채색을 하여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엄을 하였다.                       래쪽에서 뻗어 올라온 가지 끝에 매화가 피어있고 위쪽에는 꽃망울이 맺혀 있
                                                        는데 다른 칸에도 똑같이 반복되어 도식화된 느낌을 준다.
        주로 연꽃을 비롯한 모란, 국화 등 각종 꽃들과 나무, 새, 당초문, 보상화문, 상  연꽃도 마찬가지인데 아래쪽에서 올라온 연꽃 줄기가 위쪽에 탐스러운 연꽃
        상 속의 동물 등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현대 회화에 못지않게 예술성이       세 송이를 피웠고 아래쪽에는 꽃봉오리가 자리 잡고 있으며 연잎은 양쪽 끝에
        뛰어난 것이 많다.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이나 봉황을 비롯해서 수미산에 사는       활짝 핀 모습으로 비스듬히 서있다. 이런 구도는 여러 곳에서 같은 패턴으로
        날짐승이나 사자, 호랑이, 코끼리, 물고기, 거북이, 개구리, 스님, 동자승, 주악  나타나 매화와 연꽃이 번갈아 등장하도록 구상했음을 알 수 있다.
        비천, 구름, 금강저, 만(卍)자 문양 등을 그려 넣기도 하였다. 또한 불법(佛法)  중대 하단에는 작은 화병에 꽂힌 모란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위와 양쪽
        을 수호하는 의미를 지닌 도깨비 형상의 귀면(鬼面) 문양도 흔하게 쓰였는데       으로 뻗어나가며 탐스러운 모란꽃 세 송이가 활짝 피어있으며 아직 피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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