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박삼영 초대전 2. 23 – 3. 6 세종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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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과 Eve
Before the original sin and after the original sin 크렌사의 작은 화실에서 흑인 여자를 나체 모델로 그렸
었다.
그녀의 선조가 묻힌 아프리카 사막 어딘가 에덴동산이 있었을까?
마이클잭슨의 스릴러 주여: 내 피부는 왜 백인처럼 주지 않으셨습니까?
백반 같은 하얀 피부가 되고 싶어 절규하듯 스릴러를 부르다가 가버린 아담의 후예겠지. 흑인의 나체 그것은
원죄 이전의 순수한 작품을 그리도록 내게 허락해준 신의 은총이었다. 영감이었다.
클레오파트라, 소피아로렌,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헐리우드 스타즈 거리에서 그녀들의 이름들은 낙원을 쫓
겨난 실낙원의 후예들이었을 것이다. 후회와 타락이 많은 연대의 시그널 속에서 나는 홍적기 시대를 거쳐 아
담과 이브라는 주제에 매달려 LA에서 26년 동안을 숙명처럼 살았다.
뱀을 온몸에 두르고 감고 있는 아담과 하얀 낙원의 꽃들로 온몸을 가린 이브의 초상을 신의 묵인하에 나만
의 영감으로 작업을 했다. 때로는 찰톤헤스톤의 십계명을 보면서, 비 내리는 성당 근처에서 아기 예수를 안
고 서있는 하얀 성모상을 응시하면서 하시엔다의 사원에서 파란 눈동자를 가진 아담의 후예가 석가의 모습
으로 앉아 번뇌하는 모습도 모두가 잃어버린 실낙원의 이야기들.
내가 그리고 싶은 것, 내가 작업하고 싶은 LA에서 내 삶과 영혼의 작업들. 나의 화실에서 북쪽으로 가는
웨스턴길 따라 천문대가 있는 그리스팍 산언덕으로 올라가 반짝이는 별들도 보고 수은등에 가물거리는
Hollywood stars밤거리를 바라보면서 나는 Adam과 Eve의 작업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기로 작정하였다.
엊그제 내린 첫눈 반기듯 내가 심은 개나리꽃 화실 밖에서 때아닌 노란 개나리꽃 한두 가지를 바라보면서
그동안 해온 Adam과 Eve시리즈 대작들을 완성시켜 가면서 또 다른 한국적 혼례의 정을 좀 더 현대화 시키
는 작업도 함께 해가면, 세월은 가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한 영혼을 위해서 끝없이 다가오는 것이라고, 언제
나 손님으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끝없는 신의 자비와 채찍으로 다가오는 것을 그리하여 Before the original
sin and after the original sin이라는 끊임없는 원죄의 숙제를 주고 있다.
- 박 삼 영(Richard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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