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4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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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입증하기 위해 GPS로 자신의 위치를 공개적으로 기록하고 문서화한 엘       체화된 것은 ‘Beyond The Vision’(개인전/갤러리로터스/2006)으로, 여기에서
            라히(Hasan M. Elahi/미국/1972-), CCTV를 피해서 일정 도시를 경유하는 경  도 역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주변 풍경을 파노라마로 찍어 지도와 함께 제
            로에 상호작용까지 가능한 지도를 만든 IAA(Institute of Applied Autonomy),   시하였다. 이는 캐스팅 작업이 포함된 ‘풍경’(개인전/TOPOHAUS/2007)에서
            불평등과 폭력의 지도를 통해 단순한 경고를 넘어 공공실천(public practice)  살짝 방향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이 형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을 행한 레이시(Suzanne Lacy/미국/1945-) 등이 있다. 이렇게 지도를 활용한
                                                                                대학원 졸업 후 이루어진 전시마다 비평가
                                                                                들의 시선들은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해 있
                                                                                었지만, 작품만을 봤을 때는 30여 년이 지났
                                                                                음에도 지금의 선택과 집중의 태생이 될 다
                                                                                양한 기본 요소들이 그때부터 실험되고 있
                                                                                음을 알 수 있다. 특별히 점(點)-원(圓)-구(
                                                                                球)의 형태는 기존에도 다양하게 등장해오
                                                                                다가 ‘MAPPING’(개인전/호수갤러리/2003)
                                                                                때부터 본격화되어 2010 개인전(Soul Art/
                                                                                Art  Edition),  ‘DOT·UNIVERSE·PEOPLE’(
                                                                                개인전/인사아트센터/2013)에서 보다 구체
                                                                                적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이를 특별히 ‘점’으
                                                                                로 명명하면서 이 안에 일상에서 접한 모든
                                                                                것들을 망라하여 채집해 넣었는데, 특별히
                                                                                대상을 가리지는 않으나 사람, 자연, 풍경에
                                                                                서부터 점차적으로 여행과 연관된 ‘풍경’으
                                                                                로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에 의해
                                                                                작품으로 선택된 대상들을 보면 작가가 무
                                                                                엇을 보고 들었는지를 눈치챌 수 있는 - 이
                                                                                렇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삶을 드러
                                                                                낼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는 – 대상들이
                                                                                다. 작가가 몰입하고 채집하며 기록하는 것
                                                                                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미미한 것들이지
                                                                                만 그 자체로 세상을 풍요롭게 구성하는 경
                                                                                이로운 대상들이다. 육상수 대표는 ‘존재하
                                                                                는 것에 대한 경외심’(2010)이라는 제목으
                                                                                로 작가의 작품을 평하면서, “그에 의해서
                                                                                이끼, 풀, 꽃은 이미 우주의 중심이 되었다.
                                                                                남은 것은 우리가 그의 생각에 동의할 것인
                                                                                가 아닌가이다”라고 생각할 거리를 관람자
                                                                                에게 부여한 바 있다.

                                                                                202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업들
                                                                                은 ‘DOT’이라는 제목 하에 점-원-구의 형태
                                                                                를 유지하며 디지털 프린트로 제작되고 있
                                                                                다. 여기에 정착한 것인지 아니면 나아갈 방
                                                                                향을 가늠하고 있는 시점인지 모르겠으나,
                                                                                꽤 오랫동안 여기에 머무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다시 나아갈 방향을 모색
                                                                                하고 있다면 작가가 좋아하는 여행과 더불
                                                                                어 일상을 기록하는 방식의 작업을 추천한
                                                                                다. 점-원-구 작업도 상당한 기간 동안 작가
                                                                                곁을 맴돌았지만, 작가의 경험에 의해 선택
            목적이나 방법이 작가마다 다양한데, 김진석 작가 또한 방향타와 여정을 위한       되어 채집된 대상을 어떻게 작품으로 또한 전시로 구성하는가가 작가에게 있
            기본 틀로 지도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에게 있      어 소중했던 그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어 이 모든 것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확인하고 기록하고자 함이었기       통해 다양한 세상사의 이유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을 돌아보고 사물과
            에 자신이 머물고 살아가는 장소와 공간에 대한 경험적 인식과 통찰은 그 어       대상의 존재를 다시금 인식하며 인간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찾기 위한 출발로
            떤 것보다도 강렬하고 중요한 작품의 시작점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작업        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공생과 공존의 장으로 느껴야 할 필요성이 지금 이
            을 통해 변해가는 환경을 지켜보며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이 작업이 보다 구      시점에서 강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은 그런 힘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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