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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찬바람이 불면
나무는 마지막 잎을 내려놓고
감춰둔 뼈대를 보여주고
잎 뒤에 가려있던
상처와 뒤틀린 매듭마저
제 몸의 결로 받아들이며
젊은 계절엔
보이지 않던 민낯이
차가운 바람에 깨어납니다.
같은 추위라도
세월이 깊어질수록
나무의 껍질은 더 단단해지고
뿌리는
겨우내 한 뼘 더 추위가 해거름에 닿으면
침묵의 땅을 움켜쥐고 늙은 몸 드러낸 만큼
돌아보는 눈길도 드물지만
가지는
지난 세월의 무게만큼 나무는
하늘을 행해 손을 듭니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제 그림자와 가까워지고
해가 거듭될수록
시린 공기 속에서
온전히 자기로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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