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샘가 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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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왼발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오른발은 탓하지 않고
오른발이
조금 앞서간다 해도
왼발은 시샘하지 않으며
쓰러진 자리, 일으켜 세우고
더딘 걸음에 보폭을 맞출 뿐
다른 길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진흙이 발목을 잡아도
함께 묵묵히 털어낼 뿐
서로를 원망하지 않고
꽃잎 흩날리는 길 위에서
신발이 닳아 헤지는 날에도
홀로 기쁨에 취하지 않고
느려진 걸음을 나무라지 않고
나란히 발자국을 남기며
서로의 쉼터가 되어주며
한 걸음의 고단한 무게를
먼저 멈추는 법 없이
기꺼이 절반씩 나누어 지며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시간의 강을 건너갑니다.
끝내 서로를 지켜보고
하나의 몸을 이끌어
평생 같은 곳을 바라보는
가장 고요하고 깊은 동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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