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샘가 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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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한 방울,
차가운 투명함으로 태어나
무심한 돌의 이마를 적시고
또 한 방울,
풀잎 끝에 아슬히 매달려
새벽빛에 온몸을 섞다 스러집니다.
흩어졌기에 만나
어둠의 골짜기를 더듬어
서로 어깨를 기대어 흐른다
날 선 바위에 부딪쳐
산산이 깨어지는 은빛 울음을
토해내고서야
빛과 그림자,
비로소 더 넓은 길을 엽니다.
돌과 풀, 발자국까지 품어
한마디의 노래로 녹아들어
여린 물줄기들이 합쳐져
생명을 품은 강이 되고
가장 깊은 곳의 심장박동을 배우며
강은 푸른 목마름을 따라 달린다
세상의 더러움마저 끌어안고
끝내 잠들지 않는 바다가 됩니다.
마침내
하늘 닮은 바다에 닿아
그리하여
물방울들은 제 이름을 내려놓습니다.
가장 작은 한 방울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제 빛깔을 지우고 서로 손을 잡고
고집부리지 않으며
썩지 않는 푸른 생명을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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