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전시가이드 2022년 07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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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forest F2, 100x100cm, oil,acrylic on canvas, 2022
2022. 7. 8 – 7. 20 갤러리내일 (T.02-2287-2399, 새문안로)
이도 초대전 이나 숨기고 싶은 사연, 그러므로 어쩌면 무슨 거창한 의미를 의미한다기 보다는,
의식에 대한, 그리고 더 깊게는 무의식에 대한 탐색을 의미하고, 그러므로 작가의
작가적, 일상적, 그리고 어쩌면 존재론적 아이덴티티에 대한 탐구로 보면 되겠다.
글 : 고충환(미술평론가)
(중략) 작가는 선을 택했다. 선으로 세상 모든 존재를 다 그리고, 표현하고, 재현할
수가 있다. 그에게 선은 확장된 점이며, 축약된 면이다. 그렇게 최소한의 선으로 사
비밀의 정원에는 자작나무 숲길이 있다 람을 그리고, 자연을 그리고, 사물을 그렸다. 최소한의 선묘로 감정 표현도 했다.
작가 이도는 이처럼 의식 속의 장소, 어쩌면 무의식이 심연으로부터 길어 올린 장 비록 기하학적 단위원소로부터 취해온 것이지만, 정작 그에게 선은, 그리고 선묘
소를 비밀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작가에게 비밀의 정원은 유토피아의 다 는 기하학적이지가 않다. 유기적이고, 우연적이고, 분방하고, 역동적이다. 결정적
른 이름이기도 할 것이다. 비록 그 경우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사람들은 저마다 인 선과 머뭇거리는 선이, 한 번에 사물 대상을 정의하는 선과 더듬거리며 미증유
자기의식 속에 이런 비밀의 정원 하나쯤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일상을 살다가 의 대상을 찾아가는 선이 어우러지면서 자기만의 회화적 그리기를, 형식논리를 열
도 불현 듯 물을 주기 위해, 풀을 뽑기 위해 잠시 잠깐 들렀다가 되돌아오곤 하는 밭 어놓고 있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선으로 나타난 단위원소를 매개로 저만의 꿈
한자리쯤 가꾸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비밀의 정원을 주제화한 작가의 그림은 과 욕망, 이상과 그리고 어쩌면 유토피아를 예시해주고 있다.
비록 작가 개인의 꿈이며 욕망 그러므로 일상(그리고 어쩌면 이상)을 테마로 한 것
이지만, 사실은 작가 개인의 경계를 넘어 보편성을 얻고 공감을 얻는다. 작가 개인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내가 되는, 그리고 어쩌면 내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내가
의 아이덴티티를 넘어 시대를 공유하는 보통사람들의 꿈과 욕망 그리고 이상을 엿 되는, 그렇게 그림 속에서 하나의 차원을 여는,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열린 차원의
보게 하는 미덕이 있다. 덧붙이자면 여기서 비밀의 정원이란 무슨 말 못 할 속사정 일부가 되는, 그런 그림을, 작가의 그림은 지향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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