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전시가이드 2022년 07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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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미처 닫지 못한 문 틈으로, 이효선, Painting on Hanji, 160 x 130 cm, 2022 오, 못난 자정의 자스민, 이효선, Painting on Hanji, 145 x 112 cm, 2022
2022. 7. 12 – 8. 4 비디갤러리(T.02-3789-3872, 명동역 3번출구앞)
들어볼게, 안녕. 안녕. 안녕.
이효선 개인전 오, 못난 자정의 자스민
화려한 그림을 그린다고 마음까지 밝을까
글 : 비디갤러리 제공 사랑으로 인해 생긴 구멍은 메우지 말렴
태양을 삼켰다는 바다 위로
말을 하고 싶은 아이가 있다.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차마 말로 내뱉기 힘든 것들을 빨간 공에 담아 오롯이 띄우렴
빈 종이 위로 끊임없이 옮겼다.
솜구름이 아니라 무거운 안개가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시간,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아득함, 알 수 없는 먹먹함. 모든 스며들어와 미처 닫지 못한 문 틈으로
감정의 끝에는 슬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의 곁은 따듯했다. 푸른 인물을 마주한 신사인 척하는 유령신부
이들이 다정한 슬픔이든, 쓰라린 슬픔이든 각자가 지닌 여러 슬픔의 이야기를 만들어 감았다고 생각한 눈을 여러 번 떠 보아도
가기를 바랐다. 나는 붓을 들었다. 찾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붓, 물감, 종이, 연필.
근래에 나의 슬픔은 아픈 슬픔이었다. 가슴 속 응어리를 몸이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비어 있는 한지가 나를 버티게 했다. 버티면서 나를 비워냈다. 아, 안개와 구덩이란다
최대한 예쁘게, 선명하게,
한지는 물을 말없이 품어준다. 시간이 지나 물이 마르고 색만 남으면 나의 아픔이 옮겨 오래되었지만 숨는 방법 밖에 모르는
진 것 같았다. 한지 위에 쌓인 상처의 자국을 가리기 위해 더욱이 말이 없는 얼굴, 좀 더 아이야
화려한 색들로 애써 한 꺼풀 덮어보았다. 하지만 그 얇은 한 꺼풀은 많은 이야기를 쏟아 이제는 나오렴 , 안아줄 수 있게
냈다. 애초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나를 감추는 일이 될 수 없었다.
화려한 그림을 그린다고 마음까지 밝을까. 들어볼게, 안녕. 안녕. 안녕.
숨어서 말을 하지 않는, 하지만 해야만 하는, 우리의 마음을 들어보고자 한다. 들려온다, 멧비둘기 소리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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