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이혜경 세라믹작가 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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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다양한 형태와 질감을 표현하기가 자유로운 점토는 가소성이 풍부한 천연재료이다. 크고 작은 점토 조각들은 높은 온도의 불을
만나 단단해지고 유약을 덧입혀 색을 드러낸다.
유약의 color는 광물질의 조합들에서 온다. 몇 가지 광물질들의 미세한 조합의 차이들로 인해 유약은 가마에서 예기치 못했던
색들로 큰 변화를 이루어낸다.
가마를 열 때마다 느끼는 설레임과 흥분은 우리가 느끼는 큰 창조의 기쁨과 같다.
수 천, 수 만개의 작은 조각들을 이리저리 맞추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은 무척 고된 작업들의 반복이다. 수 많은 조각들을
체스를 두듯이 이리저리 옮기다가 더는 움직일 수 없을 만큼의 진공상태에 이르러야 작업에서 손을 뗀다.
그리고 그 진공상태의 끝은, 격렬한 작업의 끝은 언제나 평화이다. 많은 조각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나타나는 나의 작업의
시작은 고대 문명지를 답사하며 보았던 출토된 토기 조각들에서 시작되었다. 유물들이 보여 주던 오래된 이미지, 아름다운 지구
식물의 모습에서 오는 장엄한 찬란함, 차곡차곡 네모난 형태로 쌓아 올린 인간적 정성의 모듈.
고대 문명의 토기 조각에서 시작되어 불과 물, 흙이라는 지구의 원초적이며 순환적인 질료적 조건을 가지고
화려하지만 지극히 찬란한 고요함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은 푸른 지구의 영롱한 아름다움을 우리 모두와 함께하는 것이다.
- 혜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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