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충청의 어울림전(내포조각가협회) 2025. 9. 20 – 9. 30 이음창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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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서문



                                                   조형언어로 말하는 충청의 예지력



                      충청남도는 한반도의 중부 서남쪽에 위치하여 넓고 비옥한 평야를                완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충청의 예술적 특성이 이번 전시회로부터 양
                    이루고 있으며, 예산의 예당 저수지와 더불어 서해의 빛나는 바다를 품              식적 완전성으로 확고하게 표현될 것이다.

                    고 있다. 높은 산이 많지 않은 지형적 특징은 넉넉한 품과 온화한 기운
                    을 느끼게 한다. 충남은 예로부터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삶의 터전                ‘조형언어’ 란 어떠한 종류의 표현과는 달리 인간의 감정이 표현된
                    이었으며, 이러한 풍광은 오늘날까지도 지역민의 정신적 자산으로 이                다는 사실이다. 문자는 읽고 판단하게 하지만 조소 또는 회화에서는

                    어지고 있다.                                             시각적으로 느껴야만 하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이 실리지 않으면 그 작
                                                                        품을 보면서 아무도 느낌을 같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조소와 회

                      충남 사람들을 일컬어 ‘양반’이라 하고, 충청을 ‘양반의 고장’이라 부           화로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예술적 조형이기 때문에 언어
                    른다. 이는 단순한 별칭이 아니라 충청인의 기질과 문화적 품격을 함축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자는 글로 내용을 전달하지만, 조형은 형
                    하는 표현이다.노자가 남긴 “발뒤꿈치를 들어 남보다 높게 서고자 하               상으로 인간의 시각적 감정을 전달한다.

                    면 오래 설 수 없고, 보폭을 넓혀 빨리 걷고자 하면 오래 걸을 수 없다”
                    라는 구절은 충청인의 삶의 태도를 잘 설명해 준다. 여유와 절제, 그리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충청의 어울림전’은 그동안의 성과를 집대
                    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은 곧 충청인의 양반적 덕성과 연               성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내포문화조각가협

                    결된다.                                                회의 입체작가 25인과 평면 초대작가 20인의 작품이 함께하며, 이는
                                                                        충청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내포문화조각가협회가 주최하고 있는 충청의 어울림전은 이러한 충

                    청의 남다른 특성이 잘 표현되고 있다. 특히 2025년 ~ 2026년 충남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충청인의 철학과 사상을 예술적 조형
                    방문의 해를 기념하여 개최되는 충청의 어울림전은 조소, 회화뿐 아니               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여유롭고 품격 있는 삶의 태도가 작품 속에 담

                    라, 공예, 사진, 미디어 퍼포먼스, 서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예             겨 있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적 가치와도
                    술인들이 모두 결집된 전시회로써 그야말로 충청 예술의 화합과 기세                맞닿아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전시는 충청 예술이 단순히 지역적 차원
                    이다.                                                 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속에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

                                                                        는 장이 될 것이다.
                      화합과 기세란 자연의 절대 이치이다. 산등성이와 봉우리로부터 한

                    그루의 나무와 한 덩어리의 돌에 이르기까지 서로 생기가 관통하여 자                 충청의 자연과 정신, 그리고 예술이 함께 어울린 이번 전시는 전통
                    연의 생명을 탄생시키듯이 충청의 어울림전은 모든 미적 장르가 상합                과 현대를 잇는 가교이자, 지역 예술이 지닌 힘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어 서로 통하는 연관이 있고, 각 장르 하나하나 구분하여 볼 때 그 나            된다. ‘충청의 어울림전’ 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한국 예술의

                    름대로 독립된 형태가 형성되고 있어서 객체의 독립성이 상생하는 협                큰 줄기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화가 예술 혼의 빛을 발하게 된다.


                      내포문화조각가협회 작가들은 ‘충청의 어울림전을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예술기법의 사유적인 표현과 절묘하게 조화되었다’라고 말
                    하고 있다. 특히 ‘충청의 힘’이라는 목적성 화두를 전제로 생각할 때 충

                    청의 색깔이 있어야 하고, 충청에 어울리는 미적 형상이 요구된다. 특
                    히 모티브에 집중하여 대상의 내재적인 구조를 자신의 지각적인 이미

                    지에 견고한 실체를 부여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을 창견함으로써 예술을                                   박명인(미술평론가·한국미학지음회 회장)



                                                                                                          006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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