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충청의 어울림전(내포조각가협회) 2025. 9. 20 – 9. 30 이음창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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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에서, 2025, 화선지에 수묵담채, 65.0 x 91.0 cm




                      작가 노트



                        도자기로 그리는 세상이야기


                        흙과 불이 만나 탄생한 달항아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입니다. 둥글게 감싸 안은 형태는 하늘과 땅을 닮았고, 그 안에 담긴 기운은 생명을
                      품은 자연과도 같습니다.

                        저는 이 도자기 위에 붓을 들어 산과 소나무를 그려 넣습니다. 거센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굳건히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기상, 바위와 함께
                      이어지는 산수의 흐름은 제 그림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연의 숨결을 도자기라는 그릇 안에 새겨 넣는

                      과정입니다.
                        도자기는 평면의 종이와는 달리 둥근 공간을 품고 있어, 그림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흐릅니다.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마치 작은 세계가 도자기 안에 담겨 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도자기로 그리는 세상이야기’는 전통 한국화의 선과 색, 그리고 흙과 불의 깊이가 만나 이루어진 조화의 기록입니다. 이는 곧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재가 하나로 이어지는 길이며, 제 그림이 관람자에게 작은 울림과 위안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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