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손현숙 작품전 22. 4. 20 - 4. 25 갤러리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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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숙 작가평론


              대상에 스며든 자유로운 감성의 색(色)

                                                                             안 현 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평범한 여인들과 풍경, 꽃과 물고기로 환원된 일상적 대상의 여유, 손현숙의 작품들은 특정한 대상을 비평하거나 시대
              정신을 반영한 임팩트 있는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탁월한 색채감각이 대상에 스며들어 여느 작가들이 그려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관을 구현한다. 그린 대상들 사이엔 레드와 블루 같은 특정 시기마다의 한정된 색채들이
              선명하게 반영돼 있다. 실제 작가의 최근작들은 청년작가의 감성처럼, 과감한 색채와 자유로운 미감이 살아 숨 쉰다.


              젊은 시절 펼쳐내지 못한 청춘을 그린 것일까. 작가는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 여성이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세계
              를 그림 속에서 구현한다. 우리는 손현숙 작가를 다채로운 색감 속에서도 인생의 조화로운 율동을 그리는 ‘색채마술사’
              라 칭해야 한다.





              청춘(靑春)와 단아, 색으로 펼친 여성인물화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단색조의 환상적인 이미지”(2000)라는 주제 속에서 “작가의 남다른 색채감각은 일반적 인식에
              서 벗어난 독창성에 있다.”며 “컬러필터로 걸러낸 것처럼 붉은 색과 청색조의 화면을 자유분방하게 구사한다.”고 언급했
              다. 이어서 김영호 미술평론가는 손현숙의 작품을 “붉은 풍경의 서정”(2001)이라고 규정하면서 “색의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강점들을 뉘앙스 삼아 금을 다루는 연금술사처럼 색의 밀도를 장악한 작가”라고 평했다. 이들의 평론이 있은 후 20
              여년, 작가의 작품세계는 한층 깊이 있고 감성적인 색채를 넘나들면서 여유로운 개성을 뽐낸다. 30년 이상 여성인물화를
              하나의 중심장르로 삼아온 작가는 원래 국문학도 출신이었다. 색감을 좋아해서 그림에 자연스레 빠져들었고, 구상과 추
              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행보 속에서도 ‘여성인물화’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았다. 이태길 선생(전 목우회회장)의 지도로 만

              난 동학들과 인물반을 만들어 최근까지 ‘현대인물화가회’를 확장시켜 온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이다. 그래선지 작가의 풍
              경이나 정물에는 사람냄새 나는 진정성이 녹아있다. 특히 일본 우에노 공원에 있는 동경도 미술관에서 열린 제29회 쌍수
              미술대전(平成 11년, 1999)에서 금상을 수상할 만큼 실력에 있어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다. 이를 반영하듯 손현숙의
              인물화는 전혀 다른 이미지임에도 율동적인 선명한 색과 두터운 물감에 부여된 강약어린 시각에서 카미유 코로(Jean-
              Baptiste-Camille Corot,  1796-1875)를 연상시킨다. 프랑스 낭만주의 풍경화의 선구자였던 코로가 고전주의에 심취해
              그려낸 여성인물화처럼, 손현숙의 인물들은 현대적 색채미를 구현했음에도 정통적인 방식의 인물해석에 충실하다.



              최근 작품과의 연결성으로 보더라도 다양한 원색들이 뒤섞여 공존하면서도 전체미감을 깨지 않는 조화로운 감각은 과감
              한 붓질과 인물사이를 단단하게 이어준다. 신작중심의 좌상인물들은 모두 젊은 여성들로, 자신의 삶에 당당하면서도 타
              인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주체적인 청춘미감’을 반영한다. 문학을 좋아한 탓에 그림 안에 유기적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것
              일까. “목표가 있는 작가로서의 삶, 내가 이 나이에 그림을 안 그렸더라면…”이라는 작가의 조용한 발언 뒤로 작품에 부여
              된 생동감 넘치는 시각이 이어진다. 작가에게 그린다는 행위는 곧 진정한 자아와 만나는 ‘생의 가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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