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샘가 20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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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추위는 눈의 씨앗입니다.

               차가운 하늘이
               조용히 숨을 내쉬면
               수증기들은 작은 씨앗으로 모여
               고요히 춤을 추고

               추위가
               어미 품처럼 감싸면
               맑은 물방울은
               영롱한 육각의 날개가 펼쳐집니다.

               차가울수록
               빛을 품은 결정체는
               서로 손을 잡고
               하얀 눈송이가 되는 법을 배우고
                                            하늘 품을 떠나
                                            땅으로 향하는 길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바람 만나기도 하지만
               부딪히고 깨지기도 하지만
                                            눈송이는 춤추는 자유를 누리며
               아픔 속에 더 단단해져
               하얀 눈의 무리를 만듭니다.
                                            땅 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눈송이는 얼어붙은 대지를 덮어
                                            추위 속에서도 생명의 옷을 짓습니다.

                                            추위는 눈의 씨앗이고
                                            눈은 봄으로 다시 살
                                            씨앗을 품은 동토의 어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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