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샘가 2025.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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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면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면
마음엔 여름 태양이 걸리고
불볕더위에
목조이던 마음은
늙은 시간이 되어
떠나간
사랑을 그리듯
뜨겁던 한여름을 그리워합니다.
얼어붙은
창문 너머로
고개 숙인 햇살이 쓰러지면
그리 먼 시간도 아닌데
그늘로 도망쳤던
넉넉하지 않은 몸이 무겁던
한여름 바람이
온기가 칼바람이 되면
손끝에 닿기를 바라며
몸속 깊이 남은 한기가 한여름을 두꺼운 외투 속에
부릅니다. 포박된 살은
가벼운 옷의 자유를 그리며
한여름 푸른 바다를 꿈꾸고
뜨거운 모래 위의 맨발을
그리는 그리움으로 마음을 데웁니다.
추워지면 한여름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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