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샘가 2024년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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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땡볕
                  이글거리는 일터에서
                  구름 머물기 원하지만

                  구름은 그저 흘러갑니다.

                  모내기 철
                  새참 자리에서
                  구름 머물기 원하지만

                  구름은 그저 흘러갑니다.

                  가뭄으로
                  쩍쩍 가라진 논두렁에서
                  구름 머물기 원하지만


                  구름은 그저 흘러갑니다.

                  한여름
                                              가을
                  바람 잠든 잡초 뽑는 논에서
                                              타작 마당에서
                  구름 머물기 원하지만
                                              구름 머물기 원하지만

                  구름은 그저 흘러갑니다.
                                              구름은 그저 흘러갑니다.
                                              한겨울
                                              아무 바람도 없는
                                              텅 빈 들녘에서도

                                              구름은 그저 흘러갑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 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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