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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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그린의 작품세계
        김그린의 판타지의 언어
        글 : 매일경제 발췌
        흑마술, 90.9×72.7cm, Oil on canvas                 다 줄거야, 116.8×91cm. Oil on canvas
        현대미술 작가 김그린이 ‘왕따’라는 사회적 고통을 미술로 위로한다. 작가는       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동물이라는 친근하고 중립적인 매개체를 택한
        전시회를 통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당신의 아픔은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이유는 관객이 감정적 방어 없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 있으며, 보이는 것보다 훨씬 조용하지만 더 따뜻한 말들’을 전하고 있다”      김 작가는 그 안에서 풍자와 유머, 사랑, 사회적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섞는
        고 했다.                                           방식을 구사한다. 앵무새 머리를 한 인물들, 동화 같은 배경 속 상징들과 다
                                                        채로운 색감 등은 겉보기에 유쾌하지만 사회적 ‘배제의 메커니즘’을 섬세하
        전시회의 대표작 ‘흑마술’은 인간관계에서 늘 반복되는 소외와 외면의 감정을       게 드러낸다.
        동물 캐릭터로 치환해 그려낸 작품이다. 사람의 몸에 검은 동물 가면을 쓴 인
        물들은 순수해보이지만 표정도, 눈빛도 없이 조용히 서 있다.               ‘왕따’ 문제이외에도 그는 또 다른 작품 ‘우리는 아직 회전목마 위에 있다’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상반된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 회전목마 위에 앉아 있는 인
        그 곁에 함께 있는 듯 그러나 완전히 어울리지 못한 모습은 학교나 사회에서       물들은 연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고 날개를 단 존재는 천사처럼 보인다. 그
        겪는 ‘왕따’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외면당하는 감정, 무관심 속에서 살    러나 그의 손에는 ‘Kindness bill(친절 청구서)’가 들려 있다. 이는 조건부 친
        아가는 존재들을 작품 속에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는 인       절, 혹은 대가를 바라는 선의에 대한 풍자다. 선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간의 복잡한 감정, 관계, 자아를 동물 캐릭터로 치환하며 각각의 동물을 통해      ‘거래’를 요구하는 현실을 작가는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포착한다.
        사회적 역할, 젠더, 권력 구조를 표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한수 미술인은 “작가의 판타지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가
        그의 작품 속 동물은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형상을 띠지만 그 안에는 우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기 위한 가장 감성적인 언어이며 미적 전략이다. 김그
        리 사회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관계 속에서 나를 잃거나 반      린의 작품은 동화적이지만 그 안에는 사회 비판, 윤리, 도덕, 관계의 복잡성 같
        대로 나만 고집했던 경험들 속에서 작업의 시작점을 찾았다”며 “감정은 늘 이      은 동시대적 주제가 녹아 있다. 작가는 사랑과 선의, 아이러니한 관계 속에서
        중적이고 관계는 늘 불완전하다. 나는 그 간극을 시각적으로 정리하고 싶었        판타지를 빌려 우리에게 현실을 다시 보게 한다. 그리고 그 마법은 아이처럼
        다. 특히 동물이라는 중성적 매개를 통해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이야기를 하       웃으며 현실을 꿰뚫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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