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샘가2025. 9-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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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꽃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어릴 적
초가집에 살 때도
마당에 꽃밭이 있었고
봉숭아 꽃피면
누이들은 그 꽃잎 백반에 짓이겨
손톱 위에 잠재웠습니다.
잘살아 보세하며
온 마을 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꿀 때도
어머니는 치워진 흙담에
개나리, 진달래
꽃담을 만들었습니다.
흙집 다 헐어버리고
기와집 지을 때도
여전히 어머니는 꽃밭에서
그런데
자식은 평생 어머니께
여름이면 나팔꽃, 백일홍, 수국...
꽃 한 송이 선물하지 못하고
가을이면 국화, 달맞이꽃, 다알리아...
그 꽃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마지막
꽃 속에 찍은 영정 사진을
걸어놓고 속으로만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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