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샘가2025. 9-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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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가로 향하는 이들에게
그해 여름
루이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 21일 즈음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유명한
한국영화를 한 편 알고 있습니다. <그해 여름>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
와 작가가 되신 분들이 함께한 20년 전 작품입니다. 서울에 살던 대학생들이 시골
농촌을 찾아와서 시작되는 이야기, 서로 간에 만날 가능성이 별로 없던 사람들의 만
남으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골격입니다.
우리에게는 더 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 이어질 개연
성이 절대 없는 사이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된 하나님
의 사랑 이야기,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이 가진 기적의 이야기, 모든 생명과 역사가 회
복되는 구원의 이야기, 일방적인 희생으로 완성되는 복음의 이야기입니다. ‘2025년
그해 여름’ 우리는 누가가 쓴 예수님의 사랑 이야기를 묵상하며 보내고 있었습니다.
제 책꽂이에 재미있는 책이 한 권 꽂혀있습니다. 콜린 듀리에즈가 쓴 「AD 33」입
니다. ‘역사로 읽는 예수와 그의 시대’가 부제로 달려 있습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이 주전 44년부터 주후 70년까지의 주요 사건들을 연대별로 정리한 책입니다. 이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예수님이 사셨던 시대를 열어놉니다. 커튼 사이로 언 듯 언 듯
보이는 창 밖의 풍경처럼, 아득히 먼 곳에서 펼쳐진 오래 전 시대로 들어가게 하는
유익한 책입니다.
누가가 전하는 복음서는 그 시대의 예수님을 우리에게 정면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책입니다. 다른 복음서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몇 가지 사건들을 더해 주어 예수님에
대한 사실이 풍성해지는 보너스도 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방문한 목자들의 이야기
나 예수님의 소년 시절 에피소드가 대표적입니다.
한편 지은이 누가를 생각해 봅니다. 헬라인이고 의사입니다. 당시의 헬라인은 선진
문명을 가진 사람으로 존대받았고, 로마 귀족의 자제를 가르치는 가정교사나, 소정
의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된다면,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하는 한계는 있더라도, 로마시
민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누가는 로마시민권자입니다. 나름 자기 삶을 잘
살아가던 누가에게 어느 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복이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믿어
지는 은혜였습니다. 바울이 2차 선교여행 중에 드로아에서 듣게 된 복음이 믿어진
것입니다. 좀 더 상세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그 때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몸이 성하
지 않는 바울의 주치의로 바울 선교팀에 합류하였습니다. 이후 빌립보의 새신자들
을 돌보느라 잠시 바울과 헤어진 것을 제외하면 로마 감옥에서 운명을 다할 때까지
언제나 바울의 곁을 지킨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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