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손홍숙 작가 화집 198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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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느끼게 한다. <자작나무>의 경우 (201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수상작품으로) 수직으로 곧게 뻗은 구도에 흰색의 나무와 어두운 녹색의 배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갈대>는 (2018 목우회공모미술대전 대상 수상작품으로) 색채의 절제로 무채색에 가까운 화면에 원근감과 농담 조절에 탁월한 성
과를 보이는 작품인데 구도도 중앙을 비우고 열어놓아 미묘하게 시선을 확보하고 있다. 나아가 작가의 유채화 작품들은 자연을 주제로 하여 꽃의 실경
사생, 정물, 광활한 시야의 풍경화 등을 두루 제작하여 폭넓은 영역의 창작을 행하고 있다. 2000년부터 유화작업과 함께 시작한 혼합재료를 활용한 작
품들은 2016년에 이르러 동판을 활용한 금속회화 (metal paintings)에 도달하게 된다.
< 금속회화 >
이러한 도전에는 최근 들어 동판에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구도와 채색 방식에 더하여 이미지를 생성하고 긁어내는 방식을 도입하여 힘차고
정열적인 방식에 의한 금속회화 작업이 포함된다. 여기에 사용되는 소재들은 싱그러운 자연에서 추출한 자작나무와 연꽃 그리고 추수한 곡물, 옥수수
등이다. 이러한 소재들에는 신께 감사드리는 찬양의 목소리가 숨겨져 있어 의미가 깊다. 나아가 작가는 구상과 추상 사이의 작품들을 제작하기 시작하
는데 그것은 단순히 그리기에서 벗어나 기계와 손을 병용하는 방식에서 시작한다.
금속 캔버스 위에 단순히 연필이나 붓이 아닌 역동적인 기계를 사용하여 터치와 빗금을 긋기도 하고 거기에 일정한 베이스를 조성하며 여운과 생략,
또한 그리기도하고 지우기도 하는 사이에 생성된 이미지와 색상에 주목한다. 얼핏 보기에는 자연을 단순히 탐구하고 있는 듯하나 실제로는 ‘새로운 자
연’의 세계로 다가가 자신의 화풍을 형성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이루어진 화면에는 철저하리만치 완벽한 색상이 가세하여 금속성의 날카로운 흔적
들이 강하게 빛을 발산하면서 찬란한 햇빛처럼 광택을 자아낸다. 마침내 작가가 이룩한 섬세한 터치는 이러한 날카로움과 조화를 이루어 찬란한 우아함
을 전하는 ‘새로운 자연’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여 브론즈 조각 (bronze sculptures) 작업을 시작한다.
< 브론즈 조각 >
작가는 최근에 세 가지 유형의 작품을 제작하는데 그것은 가족 시리즈를 비롯하여 인체를 부드럽고 순화된 덩어리로 표현하는가 하면 섬세한 곡선을
사용하여 애정 어린 커플의 이미지나 역동적인 아이스 스케이팅의 모습을 담는 형식으로 나뉜다. 또한 모자간의 애정과 사랑스러운 모습을 부조로 제작
하기도 한다. 작가가 그리는 조각품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주며 무한경쟁 시대에 상처 난 현대인들에게 위안이 되는 치유의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 자연과 나 >
작가에게 더욱 놀라운 발전은 단순한 회화나 조각이 아니라 좀 더 새롭고 순화된 추상회화에 브론즈 조각 작품을 부착하여 구상회화에서 추상회화를
넘나들며 여기에 포인트를 가하는 방식을 이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2차원적 회화에 3차원적 조각이 구체적으로 두드러지게 한다. 결국 이렇게 구체
화된 이미지는 우리의 시각에 안착하며 현대의 물질 문명 및 환경 문제,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 창조와 창작, 그리고 인공과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림을 강조하여 구체적으로 기억나게 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작가는 인공적 터치에 힘을 실어 조화로운 색채의 세계와 금속성의 광택
이 자아내는 ‘새로운 자연’에 보다 더 창조적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자.”이다. 이것에는 작가
가 지향하는 인류에 대한 사랑과 “자연 치유적인 힐링의 메시지”가 함의 된 제목 <자연과 나> Nature & I로 함축되어 있다. 2018년부터 동판회화에 채
택하기 시작한 이 주제는 현대 문명에 의해 이룩된 황폐한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심각한 주제인 돼도 순화시켜 동
화적이고 아담하게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2020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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