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남진현 개인전 2025. 3. 12 – 3. 24 갤러리인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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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성에서 정합성까지…

                 남진현의 일곱 번째 개인전에 부쳐









                 ‘30점 그림과 함께 펼쳐내는, 8년 수감 혁명가가 화가가 되는 40년의 이야기’ 『화가가 된 혁명가』(남진현 지음, 빈빈
                 책방, 2023년 10월)의 추천사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보면 볼수록 그만의 매혹(Attraction/s)이 배어”나는, 시쳇
                 말로 ‘볼매’인 그는 “비판적 문제의식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긍정하고 감사할 줄 안다. 그는 자신감과 겸
                 손함을 겸비하고 있는 흔치 않은 예술가요 인격체다.”라고. 뿐만이 아니다. 위 저서에서 열일곱 번째로 소개된 그림
                 <Human, Human, Human>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개인과 집단은 상생·공생해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심심치 않게 위반·무시되곤 하는 우리네 인류의 어떤 의무 내지 운명도 그는 새삼 환기·강변한다.

                 의례적 찬사 일색이기 마련인 추천사에서의 평가인바, 그것이 별 대수로울 것 없는 립 서비스로 비칠 수도 있으리라는
                 것쯤은 잘 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1년 수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도, 그때 그 평가는 여전히 변함없다. 아니 세월의 길
                 이·깊이만큼 더 커지고 깊어졌다.


                 혁명가에서 화가로 재탄생한 저자를 향해 무한한 경외감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물론 “나는 그의 인생사 못지않게
                 그의 그림들 또한 사랑한다. 무엇보다 내게 사유를 자극·촉구하는 사상성·사연성에 내 감각과 감성, 지성이 가닿는다.
                 풍경, 정물, (사실적) 초상화 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그의 비구상화들과” 2023년 5월, 2013년 이래 통산 다섯 번
                 째로 인사동 소재 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 첫 대면했을 때 받은 그 강렬한 인상들을 나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
                 다.


                 상기 전시에서 나를 가장 강력히 매혹시켰던 <혹독한 시절>을 비롯해, “오랜 감옥생활 속에서도 윤동주의 <서시>를
                 그토록 사랑”해 제목을 차용한 <한 점 부끄럼 없이>, 조나단 드미 감독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턴 주연의 <필라델피아
                 >(1994),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1992)과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1984), 크리스토퍼 놀란의 최신
                 작 <오펜하이머>(2023)에 이르는 일련의 수·걸작 영화들에 연계시켜 구현한, <혼미한 세계>와 <어긋난 세계>, <부조
                 리한 세계>에 이르는 ‘세계 삼부작’ 등 그의 그림들은 내게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어느덧 회갑을 맞이한 남진현의 극적
                 인 삶과 그림들이 있어요’라고….

                 여러모로 비전문적인 이 글은 사실 위 추천사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새롭기는커녕,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이 에세이가 그 추천사의 단순한 반복은 아니고 일정 정도의 확장이요 부연인 것도 사실이다. 내가 남진현의
                 그림을 사랑하는 으뜸 이유로 “무엇보다 내게 사유를 자극·촉구하는 사상성·사연성”을 들었는바, 풀어 말하면 그의 그
                 림들이 파란만장한 그의 사적 사연을 공적, 즉 보편적 사유로 승화시키기에 내린 진단이다.

                 그 지점에서 화가 남진현은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하며 ‘행위로서 사유’를 역설·실천했던 20세기 최고의 정치 이론가인
                 한나 아렌트와, ‘가장 개인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설파했던 영화감독 봉준호 등과 연결된다. 그들의 화가 버전이
                 랄까. 주지하다시피 아렌트는 독일에서 태어났으나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조국을 떠나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정착, 이방
                 인으로의 삶을 살아가야 했던 기구한 개인사를 인류 보편사로 비상시킨 위대한 사상가였다. 봉준호는 등장인물들의 개
                 인적 사연들을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보편적 이야기로 확장시키면서, 대한민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정상의 감독으
                 로 나아간 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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