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남진현 개인전 2025. 3. 12 – 3. 24 갤러리인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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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연결성이야말로 내가 남진현의 그림들을 사랑하는 또 다른 주요 이유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전시 그림 중 하
                  나의 제호가 ‘인간의 조건’(La Condition humaine)이다. 불어 제목으로 판단컨대, 앙드레 말로에게 1933년 콩쿠르
                  상을 안긴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겠으나, 아렌트 또한 같은 제목의 저서를 출간했다.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1958)은 그 “이전에 나온 『전체주의의 기원』과 이후에 나온 『정신의 삶』에 이르는 철학적 여정에서 나타난
                  근본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한나 아렌트의 대표적 역저다. 남진현의 연결성과 관련해 잊지 말아야 할 것
                  은, A+B=AB인 단순한 합이 아니라 A+B=C가 되는 변증법적 연결이라는 것이다. 그의 그림들을 감상하는 데 요청되는
                  덕목이 그 흔한 관조성이 아니라 사유성인 것은 그래서다. 그 감상이 만만치 않은 행위인 것도 그래서이고….

                  이번 전시에서 남진현의 연결은 영화를 넘어 춤으로까지 나아간다. 얼굴의 다채로운 왜곡·변형 등이 주를 이루는 다른
                  그림들과 다른 두 점이 특별히 더 눈길을 끈다. <춤추는 사람>과 <어떤 인생>이다. 색감의 질감이 다소 차이를 보이긴
                  하나, 형태와 분위기 등에서 둘은 거의 흡사하다. 흔히 예술의 최고 경지가 춤이라는데, 혹 그는 그 경지를 알고 그림으
                  로 표현하려 한 것일까. 그렇다면 남진현 그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노는/ 놀이하는 인간)적 예술가로서 손색
                  없다.

                  사연성과 사유성, 변증법적 연결성 외에도 정합성과 항상성, 그리고 지속성 등도 남진현의 그림들을 이해·설명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개념·용어들이다. 그의 그림들은 세속의 권력이나 부, 유명세 등이 아니라 으레 삶의 어떤 바람직한 가
                  치들을 지향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인생살이와 늘 일치해왔다. 내가 그의 그림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주요
                  상수들이다.

                  화가 남진현의 일곱 번째 개인전을 찾으신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






                                                                    - 전 찬 일 (영화 평론가/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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