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2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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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산수놀이_194x260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2
행복 산수 혹은 산수놀이 자연 이미지로 처리하거나 적조하고 명상적인 공간을 암시하는 허구적인 환영
연출에 의해 이루어졌다. 사실적인 표현과 환상성, 구체적인 것과 몽상적인 것,
박소은 작가 인간과 자연, 정밀함과 간소함, 화려한 채색과 단색, 채색과 농담 변화 등의 여러
대조가 이 그림의 기본적인 구조를, 또한 이루고 있다.
단독으로 그려진 여자들은 매우 정태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익숙한 여성
이미지의 스테레오타입을 취하고 있는데 흔한 자태 혹은 여성스러움을
글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연출하는 형태감에 속하는 편이다. 여성스러움과 고요한 행복감의 감정 표현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정교한 필치로 재현된,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자연을 배경으로 단독으로 있거나(자신을 바라보는 관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거나) 측면을
설정된 초상이자 인물과 자연,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장면이 단출하게 연출되고 바라보거나 또는 화면 바깥으로 시선을 건네고 있다. 이러한 여성 인물의
있는, 상당히 깔끔하고 맑은 채색화다. 세밀한 묘사와 섬세한 채색이 밀도 있게 시선은 그림을 보는 관객의 시선에서 비껴나 있으면서 보는 이에게 그림
올라가 있으면서도 후경은 마치 수묵화처럼 여백과 농담의 풍부한 변화를 속 여자가 취하는 관조적 시선을 공유하게 하는 쪽으로 유인해 낸다. 한편
동원하면서 시원하고 아득한 공간감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이 여성 이미지는 특정한 젊은 여자, 여인의 초상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이
정밀하고 견고한 채색화이면서도 담백하고 담담한 느낌이 한꺼번에 밀어 꿈꾸고 있던 어느 이상적인 세계에 속하는 ‘환상적인 여자’에 관한 도상일
올라오는 그림이다. 그러니까 한복을 입은 젊은 여자를 중심에 놓고 세심하게 수 있다. 이 여인상은 어떻게 보면 한 여인상의 무수한 바리에이션이다. 한
그려나간 후에 나머지 배경은 그와는 사뭇 다른 방법론을 통해 강한 대비감을 한 화가의 요인이라는 심상이 총화 되어 구축된 전형적인 어떤 여인, 심상을
쌍으로 맞물려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둘의 차이는 조화를 이루며 맞물려있다. 통해 머릿속에서 생겨난 그런 여인이 반복되는 변형인 것이다. 동시에 이 젊은
여기서 인물의 처리는 사실적인 재현술에 입각하여 그려졌고 배경은 간소화된 여성은 동시대 미인상의 표준적인 욕망의 도상일 수도 있다. 그것은 현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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