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2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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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헤는 마음_73x53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2         시간 속에서_197X112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1













            수 없는 몽상과 상상 속에서 가능한 육체 혹은 삶의 매혹으로서의 이상적인        도를 깨닫는 한편 바람직한 인간 삶의 원형을, 이른바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존재로서의 도상, 여자 이미지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런 이미지를 그림 안에서      그림,  자기  삶의  수양적  차원에서  기능했던  인물산수화의  한  변용을  이런
            추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또 다른 자아로 불거져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식으로  변용해서  그려내고  있다는  인상도  받는다.  사실  전통적인  동양화의
            이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것을 대리하는 이미지가 되어 그림       사회적 기능의 하나가 바로 ‘은자적 삶의 이상화’이다. 나로서는 바로 이 지점이
            안에서 모종의 욕망을 구현한다.                               산수화의 핵심적 기능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결국 현실적, 세속적 삶의 의무와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끊임없이 긴장을 부여하면서 스스로의 삶의 자정
            화면 속 여자는 자연과 함께하거나 생명체와 영적인 교류, 접속을 시도하는        역할을 가능하게 해주는, 추스려 주는 힘이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 선비들은
            것도  같다.  이를  통해  이른바  자연과의  ‘물아일체’의  상태를  희구하거나   대부분 자신의 육체를 생의 모서리, 현실계의 ‘에지edge’에 위치시킨다. 가파른
            열망하는  상태를  가시화하는  지도    모르겠다.  관조와  명상을  통해  자연의   모서리에 의식적으로 갖다 놓는다. 그곳에서 세속의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난
            신비를  체득하고자  하는  것도  같다.  그것은  그림에  표현된  대상들  외에   은사는 만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물아일체)를 꿈꾸며 천지자연의 정신과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려 하거나 귀를 기울이는 의지를 지닌 듯하다.      합일하는 궁극적 즐거움(도)을 강렬히 희구한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 거하면서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하는 그림 속 인물의 눈은 보는 이를 동참시키면서 함께       생의 균형감각을 잡는다. 생각해보면 작가란 존재 역시 세속적 삶의 상식적
            저  세계로  유인한다.  자연풍광  앞에서  가만히  산수를  응시하고  다시  말해   감수성과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끊임없이  밀어내면서  독자적인  삶의
            부동의 산과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관조와 명상을 통해 자연의 본질, 이른바     감수성과 실천을 보여주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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