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2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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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 033, 30F, Acrylic on canvas




                                                            <Trace> 연작들로 채워진다. 작가에게 포치되는 중요한 특징은 정확히 떨
            이 말은 진지한 유머를 청년 같은 유쾌함으로 전환시키는 이우섭 작가의 좌우       어지는 원형의 흔적들이 시간성을 머금으며 여백과 대상을 구성한다는 점이
            명이다. 그 어떤 시련도 작가와 만나면 도전이 된다. 세상을 향한 반문들 “얼     다. 실제 물감의 농도와 정제된 색감의 어우러짐은 노동과 수행을 작품과 연
            마나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시험에 들게 하는가?” 이 질문은 즐기면서 창작      동한 작가만의 독창적인 방식이다. <Here & There> 시리즈를 바탕삼아 이
            하는 삶의 의지이자 “마음이 시키는 일은 반드시 행한다.”는 작가정신과도 일      어진 드립핑의 향연은 실제 작업실 바닥에 떨어진 자연스러운 흔적을 구체
            치한다. 일생이 작품 활동을 향한 준비기간이었다면, 여든에 이후여는 전시들       화 시킨 것이다. 작업의 크기와 색감은 다양한 에너지를 아우르면서 자연스
            은 말 그대로 잘 차려진 ‘전시잔치’인 셈이다. 작품들은 홍대 건축과 출신답게     러운 생명력을 담는다.
            공간 위에 시간을 아우르는 계획성 있는 에너지를 표출하면서도, 대가의 청년
            시대 작품을 펼쳐놓은 듯 완성도 높은 아우라(靈氣, Aura)를 자아낸다. “이제   여든의 대가와 같은 풍모, 화통한 성격에서 나오는 분방한 에너지, 그럼에도
            작업할 시간! 여든부터 시작”이라는 이우섭 작가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작품은 그의 이름처럼 청년 같은 불꽃과 옥돌 같은 정제함을 내뿜는다. 작
                                                            가의 실제 이름은 이규섭. 평생을 매진해 온 명품소파회사의 네이밍 ‘SUBI
            새롭게 또 새롭게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의 흔적                      DESIGN’도 이규섭의 끝자 ‘섭(Sub)’을 풀어쓴 것이다. 선진국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브랜드의 철학과 작품에 매진했듯이, 그에게 이름이란
            이우섭 작가의 작품들은 시간을 잘 머금은 청바지의 색감처럼 ‘필터링 된 추       자부심이자 열정의 표현인 것이다. 그가 작가로 새롭게 출발하는 이름 중간에
            상’이다. “편안하면서도 역동적인, 세련되면서도 자유분방한” 양가적 에너지       ‘옥돌 우(玗=최고의 돌)’를 사용한 것은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일종의
            를 모두 머금은 잘 만들어진 건축 연작 같은 느낌이다. 이번 전시는 시간을       다짐은 아니었을까. 이우섭 작가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 부딪혔을 때, “얼마
            머금은 드립핑(dripping) 기법이 하나의 구조를 이루면서 공간에 스며드는     나 잘 될라고 이런 시련이 생기는가”라고 생각한다. 더 잘되기 위한 도전의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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