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2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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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 034, 30F, Acrylic on canvas
만그린 이우섭 작가에게 “붓과 나이프 소리가 너무 크다”고 컴플레인 했고, 작 과를 가는 등록금이 아까워 건축과에 가게 됐다. 작가는 건축과에 다니면서
가는 “소리 없이 어찌 그림을 그리냐”며 칠판에 커다랗게 “클래스를 이러해서 도 그림을 놓지 않았다. 남들은 다 은퇴했을 나이, 2018년까지 42년간 ‘SUBI
떠나니 죄송하다”라고 남겨놓았다. 2019년 경기미전에서는 주최측이 <Here DESIGN’을 운영했고, 개인전을 준비하는 오늘날에까지 작업실 한 켠에는 그
& There> 작품을 거꾸로 거는 해프닝을, 인천미전에선 그림에 스크래치를 낸 가 디자인한 가구들과 30년 이상 된 이젤이 캔버스와 물감과 함께 항상 준비
일화도 있었다. 미술계가 가진 책임감 없는 행동들에 작가는 늘 개성어린 항 돼 있었다. 매주 인사동에서 수 백 점을 이상의 작품들과 교감했고, 한 달에
변을 보여준다. 김창열과 윤형근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도 누가 보더라도 자신 만점 이상의 그림을 접하면서 잘 그린 그림은 많지만 개성화의 작품이 없다
만의 개성화 세계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양식화된 작품은 진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은 개성중학교 시절 제국대학 회 후원자 최병기 대표는 작가의 그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다. “나는 그림을
화과 출신이었던 김종식 선생의 가르침에서 온 것이다. 미술수업 시간에 그 전혀 모르지만, 이우섭의 작품에는 다른데서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에너지가
리는 겨울 홍시를 쏙 빼먹고 미술실을 일주일간 청소하게 된 이우섭은 미술 넘친다. 사업할 당시 이웃의 인연으로 만났는데, 그는 늘 탐험가였다. 없는 세
반에 흥미가 생겨 들어가게 되었고, 친구들의 작품을 흉내낸 모작들을 여럿 상을 만들어가는 모험가 같은 작가, 그림 자체도 기존의 그림과 다른 새로운
그렸다. 그 때 지적한 선생의 한마디는 다음과 같았다. “이게 어찌 니 그림이 세상을 개척해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모든 삶에 있어 항상 도전하고 안전하
니? 쫓아 그리는 건 도둑질이다. 개성이 없는 거다!” 이후 만난 선생들은 그리 고 익숙한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움 속으로 자신을 던져 넣는 행위들이 작가
는 기술만 가르쳤지, 진짜 미술이 무엇인지를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미술은 의 오늘을 만든 게 아닐까.”
내가 그리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깨달았고,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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