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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의 뿌리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땅속 깊이
내린 뿌리가
흑암 속에서도 싹을 품고
조용히 힘 모아
햇살 향해
솟아오르면
문명에
치매 걸린 바람이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던져주어
감정은 나침반을 잃은
흔들리는 꽃에 걸어 놓습니다.
흔들려도 봄꽃은
뿌리가 있어 화려하고
땅속에서 그리던 떨어지면
햇빛 만나 꽃은 늙으며 바람에 날려
반기는 사람 없이
늙은 꽃은 짐승에게 짓밟힙니다.
작은 비에도
무너져 땅이 싫어도
초라해지고 꽃은 땅에 떨어져야
잎이 나고 열매가 되어
뿌리의 양식이 됩니다.
뿌리가 있어 봄꽃은 화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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