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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는 야곱에게 복을 빼앗기고 뼈아픈 눈물을 흘립니다.

              이삭이 야곱에게 속은 것을 깨닫다(30-33) 히브리어 칼라를 번역한 “마치매”는 한 단
            락의 끝을 뜻하며 의미상 축복의 문이 닫힌 것을 암시합니다. 야곱이 축복을 다 받
            아 나갔을 때 에서가 뒤늦게 돌아왔지만, 이미 축복의 문이 닫힌 상태였습니다. 에
            서가 별미를 만들어 와서 축복을 구하자 이삭은 크게 떨었습니다. 이삭이 떨었던 이
            유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자신이 야곱에게 속았고, 둘째,
            이미 축복한 것을 되돌릴 수 없었으며, 셋째, 에서에게 줄 축복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현대적인 개념으로 볼 때 이미 축복한 것을 취소하면 되지 않겠냐
            고 하겠지만, 창세기에서는 입에서 한번 나간 말, 특히 믿음의 족장의 말은 되돌리
            지 못합니다. 창세기에서는 말이 인증된 문서와 같습니다. 말은 무게가 있습니다.

              복을 빼앗긴 에서(34-37) 야곱에게 주어진 복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이삭의 말을 듣고
            에서는 뒤늦게 통곡합니다. 그리고 이 일을 야곱이 꾸몄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왜냐
            하면 전에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자신의 장자권을 야곱에게 팔았기 때문입니다(창
            25:32, 33). 에서는 야곱이 그 이름대로 본래 속이는 자였다고 비난합니다. 아울러
            복을 남기지 않은 아버지까지 비난합니다. 하지만 가장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에서
            자신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축복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훗날 히브리서 저자는 에서
            의 사례를 들어 믿음을 배반하려 한 자들에게 영원한 축복을 뺏기지 말라고 경고합
            니다(히 12:16). 본문의 주제는 하나님의 축복이며, 지금 축복의 문이 열려있습니다
            (고후 6:2). 문이 닫힌 후에 울지 말고 지금 축복을 받아야 합니다.

              남은 축복(38-40) 에서는 구차하게 남은 축복이라도 빌어달라고 아버지 이삭에게
            눈물로 하소연합니다. 이삭은 마지못해 에서에게 축복을 빌지만 축복이 아니라 저
            주에 가깝습니다. “네 주소는... 하늘 이슬에서 멀 것이며”는 에서의 후손들이 광야
            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사실 에서가 하소연 할 대상은 육신의 아버지 이
            삭이 아니라 영혼의 아버지 하나님이어야 했습니다. 참된 축복은 하늘의 하나님께
            서 주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삭에게는 야곱처럼 하나님을 찾는 믿음이
            없습니다. 결국 야곱의 하나님께서 야곱을 높이시고 에서는 야곱을 섬기게 될 것입
            니다. 에서는 하나님 대신 칼을 의지할 것이며, 이런 모습은 자신의 힘을 믿고 살아
            가는 불신자들의 표본입니다.

               하나님의 축복에 대하여 당신은 야곱과 에서 중 누구에게 가깝습니까?


             우리는 생명의 시작과 함께 숨을 쉽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노력하지 않아도 숨은 그냥 쉬어집니다. 얼마
             전 비염이 있던 차에 감기가 겹치면서 갑자기 호흡곤란이 찾아왔습니다. 숨이 차서 자리에 누울 수도 앉
             을 수도 없어 식탁을 붙잡고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했습니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던 내 삶의 공
             간이 한순간에 죽음의 공간과 공존하는 믿기 어려운 현실을 목도했습니다. 숨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
             줍니다. 우리의 영혼도 숨을 쉽니다. 들숨과 날숨, 영혼의 호흡, 숨은 기도입니다. 오늘 우리의 영혼의 숨
             이 혹시 거칠게 쉬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혹여 숨이 막혀있는 것은 아닐까요? 기도로 우리의 영혼
             의 호흡을 편안하게 이끌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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