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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헬이 양 떼를 몰고 오고 있다는 이야기에 야곱은 안도감과 기쁜 마음이 들었습
            니다. 에서를 피해 도망하며 힘들고 불안했던 마음이 이제 안심하게 되었기 때문입
            니다.

              라헬과 라반을 만나다(9-14) 당시에는 여인이 양을 치는 일이 특별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도망자로 불안했던 야곱은 라헬을 보자 반가운 마음과 서러운 마음이 북
            받쳐 올라 격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라헬은 야곱의 이야기를 듣고 곧장 아버지에게
            알렸습니다. 오래전 먼 곳으로 시집간 누이의 아들을 만난 라반도 야곱이 반갑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야곱이 아무런 조건 없이 한 달을 라반과 함께 거주했다
            는 사실은 라반이 야곱을 혈육으로 인정한 확실한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야곱은
            자신의 모든 일을 라반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라반은 야곱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그가 고향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하리라 생각했
            을 것입니다.


              라헬을 위한 7년(15–20) 야곱이 한 달을 지내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라반은 아무리 조카라 할지라도 앞으로 얼마나 함께 살지 모르면서
            그냥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품삯을 정하는 일은 야곱이 정하도록 했
            습니다. 라반에게는 너무나 다른 두 딸이 있었습니다. 당시 고대 근동에서는 결혼하
            기 위해서 신랑이 처가에 신부를 위해 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한 풍습이었습니다. 그
            러나 야곱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기에 자신의 노동으로 그 값을 대신 치르려고 했
            습니다. 7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고
            성실했습니다. 더구나 라헬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7년의 세월을 단 며칠처럼 생각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도 라반과 야곱 모두에게 좋은 거래였습니다. 당시 사람들
            에게 인척 사이에 결혼으로 혈맹을 맺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라반은 아들과 같
            은 훌륭한 노동력을 얻을 수 있어서 큰 이익을 보게 된 것이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
            한 야곱은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얻을 기회를 잡은 것이었습니다. 이 순간에도 하나
            님께서는 야곱을 인도하고 계셨습니다. 야곱을 위한 계획을 예비하고 계셨습니다.
            야곱은 여전히 눈앞의 현실을 좇기에 급급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은 그러한 야곱도
            훌륭하게 이끌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깨닫지 못한다면 바른 비전과 소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당
            신의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좋은 것을 예비하시고 인도하셨던 것을 이야기해 봅시다.






             사화산의 분화구에서 부화되어 양육되는 벌새들은 자란 후에도 분화구 구멍을 떠난 적이 없다고 합니
             다. 주위의 광대한 산야를 보는 법이 없고 항상 그 삭막한 작은 세계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광대한 하나님의 세계를 보는 법이 없고 항상 나의 교만과 탐욕과 아집으로 가득 찬 작
             은 세계에 머물러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자칭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들이 우리의 시야
             를 벌새의 세계에 국한시켜 버린 것은 아닌지 한번 더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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