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샘가20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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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반과 야곱, 외삼촌과 조카의 관계는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언어에서 속
            이다, 칼에 사로잡힌 자, 도망하다, 도둑질이라는 삭막하고 적대적인 언어만이 난무
            하고 있습니다.

              라반이 야곱을 뒤쫓아 이르렀더니(25-29) 장막은 유목민의 이동식 집입니다. 본 단락
            의 많은 장막은 야곱의 부유함을 보여줍니다. 라반은 형제들로 구성된 추격대를 이
            끌고 야곱을 뒤쫓아 왔습니다. 형제는 친척들을 의미합니다. 당시 고대 사회는 씨족
            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기에, 친척들은 생활공동체로서 위급한 상황에 직면하면 곧
            군사적 조직을 갖춰 함께 행동하였습니다. 라반은 야곱이 그의 가족들을 전쟁포로
            와 같이 끌고 갔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라반의 딸 레아와 라헬은 노동의 대가로
            정당히 취한 야곱의 아내들입니다(창 29:18-27). 게다가 이들은 야곱의 귀향길에
            동조하고 자발적으로 따라나섰습니다(창 31:14-16). 라반은 야곱의 귀향을 환송할
            의향이 있었지만 야곱이 속이고 도망갔다고 윽박지릅니다. 라반의 말은 야곱에게
            위선적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야곱이 20년 동안 겪은 라반의 탐심과 간교한 인간성
            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반의 추격대는 젊은 장정들로 구성되어 있었습
            니다. 라반이 야곱을 칠 경우, 야곱이 당해 낼 수가 없었습니다. 라반은 하나님의 경
            고 때문에 야곱을 건드릴 수 없었지만 마음까지는 숨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찌하여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30-35) 라반이 격분하여 야곱을 추격해 온 큰 이유
            는 잃어버린 그의 드라빔(god)을 찾기 위해서라고 둘러댑니다. 이 드라빔은 조상 때
            부터 섬겨 온 가정 수호신이었으며, 재산 상속의 가보였습니다. 그러나 야곱이 밧단
            아람의 라반을 떠난 이유는 라반의 변덕으로 언제 자신의 소유를 빼앗길지 모른다
            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창 31:1-2). 야곱은 라반의 신이 누구에게서 발견되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유대 랍비들은 야곱의 이 고백이 저주의 예언
            이 되어 드라빔을 훔친 라헬이 베냐민을 낳던 중 죽어서 성취된 것으로 보기도 합니
            다(창 35:16-19). 라반은 야곱, 레아, 두 여종,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헬의 장막에 들
            어갔으나 드라빔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라헬은 월경을 하고 있었으므로 라헬을 면
            밀히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라헬이 드라빔을 중요시하는 것과 그 드라빔에 대한 라반의 광적인 집착은 그 가
            문의 영적 상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당신에게 있는 혼합적 신앙은 무
            엇입니까?

             운전을 하다보면 자주 집사람이 너무 빨린 달린다고 지적합니다. 주변 교통의 흐름에 맞춰야 하는 거라
             고 말은 했지만, 운전하다 보면 대부분의 차량이 정해진 속도보다 빨리 달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도로
             사정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데도 규정 속도대로 가는 차가 있으면 답답해하고 추월하는 경우가 많습니
             다. 주변의 흐름에 맞춘다는 것이 어쩌면 나도 세상과 타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운
             전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마음이지만, 정말 촌음을 아껴야 할 만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지, 허투루 사용하는 시간은 없는지 돌아봅니다. 운전하는 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극동방
             송을 들으면서 중보기도도 하고 묵상도 하며, 찬송도 불러보면서 혼자만의 부흥회를 가지는 것은 어떨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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