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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벧전2:11-12
순례자의 길
베드로사도는 신약교회와 성도들을 가리켜, ‘나그네요, 순례자들(strangers and
pilgrims)’이라고 불렀습니다. 비단 신약교회와 성도들 뿐 아니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정든 고향산천을 떠나 하나님께서 그에게 지시하신 낯선 땅으로 나
아갔습니다. 히11장에 등장하는 믿음의 사람들도 자기들이 나그네요 순례자라고
고백했고(13절), 그들이 있는 곳에서 나그네와 순례자로 살아갔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독특한 나라입니
다. 이렇게 이민자들로 세워진 우리의 이웃 중에는 과연 순례자들이 얼마나 될
까요? 순례자는 혹 이민자일 수 있지만, 이민자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순례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히브리민족이 애굽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마음 속에
여전히 애굽이 도사리고 있었듯이, 몸은 정든 땅을 떠났으나 마음은 얼마든지
옛 것에 매여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례자와 이민자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삶의 목적과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이 세상에 내던져졌으니
죽을 때까지 살아주는 수동적인 삶, 낯선 땅에서 변두리인생으로 그저 하루하루
를 흘러보내는 체념적인 삶, 이것이 이민자의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이들은 감히
앞을 내다 볼 엄두를 내지 못하며,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생각하기조차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자기 앞에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가 너무나 두렵기 때문입
니다.
순례자들도 동일하게 이민자들이 처해 있는 주변적인 삶 속에서 살아가지만, 순
례자에게는 그들이 도착할 최후의 목적지가 있습니다. 이 세상보다 더 좋은 본
향이요, 하늘에 있는 거룩한 본향 입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 본향의식은 놀라
운 능력이 됩니다. 손에 움켜쥐고 있던 이 땅엣 것들을 아낌없이 내려놓게 합니
다. 눈물과 고통의 골짜기를 기쁨으로 통과하게 합니다. 순례자만이 갖고 있는
이 본향의식은 강력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어떤 시련을 만나도 전능하신 하나님
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능히 헤쳐 나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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