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창의야놀자 - 초보자가 만든 한약재 식물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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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날  무렵  담양  할아버지  댁  밭에서  풀을  베는  일을  했다.  틈만  나면  엄마는  나에게  일을  시키는  바람에  정말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
                  어머니와  삼촌,  할아버지와  함께  새로  이사갈  땅에  심어둔  약초와  나무를  엉키게  하거나  주변에  지저분하게  자라는  풀을  낫으로  제거하는  일인데,  폭염
                  이다보니  아침  새벽  해가  나기  전  일찍  나가서  풀을  베고  해가  중천에  뜨면  너무  뜨겁기  때문에  잠시  집에  들어오고,  날씨가  좋으면  오랫동안  풀을  베
                  는  것이다.  처음  할  때는  신나게  낫을  가지고  풀을  베었다.  사실  낫  다루는  일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그러나  밭  깊숙이  들어갈수록  꽃잔디,  어성초,
                  까마중,  삼채  등  풀에  가려져  자칫하면  실수로  베어버릴  수  있는  작은  약초들도  존재했다.  실제로  나는  실수로  풀을  베다가  약초를  베어  먹었다.  할아버
                  지의  ‘아이고’  라는  소리와  동시에  나는  죄송스러운  마음과  함께  힘들게  심어놓은  건데  한순간에  낫으로  베어져버려서  속상하기도  했다.
                  두  세번  일을  하다  보니,  처음엔  몰랐지만  ‘풀  독’  과의  사투였다.  긴바지,  팔  토시,  목장갑을  모두  갖추고  했음에도  풀이  닿은  세세한  부위까지  벌겋게
                  달아오르고,  너무  가려웠다.  게다가  모기까지....이들  때문에  가려움과  두드러기가  3-4일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일을  하다보면  너무  덥고  답답하고  가렵고  짜증까지  날  정도였다.  내가  왜  풀을  베고  있는지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니,
                  한약초를  관리하는데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직접  몸소  깨닫게  해주시려는  깊은  가르침이었다.
                  프린트된  책으로  보는  약초의  효능과  부작용,  그리고  까만  글씨들..  그러나  직접  필드로  나가서  풀을  베고,  나무와  약초를  타고  올라가며  숨을  조이는
                  환삼덩굴을  제거하다가  살갗에  붙어서  떼는  중에  피가  나는  경험.  이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잠시  한순간이라도  “정말  더워죽겠는데  나는  왜  여기서  풀을  베고  있는  걸까,  짜증나.”라는  생각을  했던  나  스스로가  무척  부끄러웠다.
                  열심히  땀을  흘리며  풀을  베면서도  수많은  고민이  되었다.  또  자랄텐데,,,약초를  햇빛에  가리고,  나무를  칭칭  감아서  통풍이  안되게  하면서  잎이  죽도록
                  하는  이  나쁜  환삼덩굴과  할아버지  표현으로  탱크가  지나가도  죽지  않는다는  억센  잡초들이  다시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제초제는  절대  안
                  된다  하시고...  옆에  있는  전원주택은  예쁘게  모래와  잔디를  깔아서  관리도  쉬운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언제  집을  짓나  하는  여러  가지  잡
                  념과  싸우다가  잘  정리된  약초들을  보니  내가  대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약초를  관찰하고  효능  조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키울  때  특징과  까다로운  부분,  주변  환경  등이  약초연구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채집과  조사  과정  외에도,  채집된  식물을  표본화로  만드는  과정은  매우  힘들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은  너무나  맘에  든다.  팀원들이  각자  의미
                  를  가지고  개인  소장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학과에서  허락만  한다면  기증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만든  액자가  학과의  벽에  걸린다면
                  볼  때마다  자랑스러울  것  같다.
                    한약재산업학과라는  같은  전공을  가진  친구들과  할아버지  댁  밭에서  조사도  하고  직접  체험한  경험은  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
                  던  것  같다.  동신대학교와  창의야  놀자  프로그램  기획팀,  그리고  이런  기회를  준  프로그램을  신청해준  모세와  동참한  팀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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