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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통 그게 무슨 말인가 싶은 표정을 짓는 사이 오순미 씨가 자신의 핸드백에서

            꺼낸 루즈를 내 코앞까지 가져와 “에-” 하라고 했다.


                  “아요, 괜찮아요. 사람들이 쳐다보네..”
                  “누가 우릴 봐요 언니... 사방에 이쁜 꽃들이 천진데!”



                  오순미 씨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우스운지 내 어깨를 붙들고 한참이나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었는데 마지막으로 소리내어 웃던 게 언제였던가... 생각해봤다.
            어쨌거나 나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오순미 씨는 억울하겠지만, 사람들은 오순미 씨 말대

            로 주책없게 웃고 있는 두 늙은이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오순미
            씨가 시키는 대로 입술을 가로로 했다. 그러자 오순미 씨도 나와 똑같은 입모양을 하고
            서 정성껏 루즈를 발라주었다. 오순미 씨의 따뜻한 콧바람이 턱을 간질였지만 나는 끝날
            때까지 꼼짝 않고 있었다. 다 됐는지 오순미 씨가 내게 입술을 “음파” 해보라더니 핸드

            백 안에 있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커다란 손거울을 얼굴 앞에 내밀었다.


                  “어때요? 이 언니 인물 나네...!”



                  제법 큰 거울 탓인지 목주름까지 선명하게 드러난 내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색이 좀 야해 보이는데....”
                  “언니. 야한 게 아니라, 섹시해 보이는 거지!”

                  “안 되겠어요... 티슈 있으면 좀 줘 봐요.”


                  남 교수가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 지 상상이 됐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꽃 박람회에
            꽃보다 화려한 모자를 쓰고 나타난 오순미 씨를 처음 본 내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오순미 씨의 성화로 루주는 닦지 못하고 야간까지 꽃구경을 했다. 먼저 온
            버스를 타고 가려던 내게 오순미 씨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더니 외투 주머니에 버건디색
            루주를 넣으며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사양할 겨를도 없이 다시 그의 손에 등 떠밀리듯
            버스에 올라탔다. 멀어지는 오순미 씨를 보며 예순 아홉 나이에 내게 어울리는 루주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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