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2023서울고 35회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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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의 귀족들이 즐기는 미뉴엣 형식을 천박하게 보일 수 있는 스케르죠로
           바꾸기도 하고 존재감이 전혀 없던 더블베이스를 도입 전면부에 배치하기도 하
           고, 평민들의 길거리 음악을 오케스트라에 사용하고 처음 도입부부터 망치로 두

           들기고 번개가 치기도 하고, 불협화음을 의도적으로 추가하고, 기악곡에 뜬금없
           는 합창을 도입하는 등 음악의 형식과 화성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그는 악기의 귀천이나 화려한 장식은 고려 사항이 아니었으며, 보여주는 음악
           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계속되는 엉뚱하고 난해한

           작곡 방식에 주변에서 이의를 제기하여도 “난 현시대의 사람들을 위해 작곡하지
           않는다. 나의 음악은 100년 후 후세들을 위한 음악이다”라고 일축하였다.



             운명교향곡에 있어서도 분리해 존재하던 기존의 3악장과 4악장을 연속해서
           연결하여, 3악장의절망의 끝에서 4악장의 승리의 팡파레가 화산처럼 폭발하여
           들끓는 용암처럼 어둠 절망 좌절을 온통 환희로 집어삼켜 버린다.
             잔뜩 찌푸린 얼굴, 꾹 다문 입술, 헝크러진 머리의 동굴속 짐승(베토벤)은 잠
           을 깨어 태양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陰極生陽이라 했든가? 마치 태양은 항상 가장 어두운 새벽을 먹이 삼아 떠오
           르며, 봄을 알리는 여린 새싹은 반드시 혹독한 겨울, 두꺼운 얼음속에서 생명의
           기운을 모아가듯이...



             하지만 베토벤은 이러한 자연현상과는 다른 그만의 독백이 있다. 귀머거리인
           그는 끊임없이 자기와의 고백과도 같은 독백을 하였는데, 그것은 신이 내린 운명
           으로 죽음을 생각한 그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도 나타나 있다.



             “나는 기꺼이 죽음 앞으로 나아간다. 나의 예술적 가능성을 펼쳐 보이기 전 죽
           음이 찾아온다면, 그것은 죽음이 너무 일찍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일

           찍 다가오더라도 나는 행복할 것이다. 죽음은 나를 이 끝없는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 테니까. 죽음이여 언제든 오라. 나는 당당히 앞에서 너를 맞으리라.”......




           162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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